[내가 만난 名문장]역사를 알아야 현재를 바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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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가 과거와 다르기를 바란다면 과거를 공부하라.”

―바뤼흐 스피노자


이효진 8퍼센트 대표
이효진 8퍼센트 대표
금융의 역사는 흥미로우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고대 수메르인은 잉여 생산물의 대여를 통해 재산을 증식했다. 상대가 필요로 하는 재화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방법은 인류의 가장 원초적인 경제생활 방식이었다. 오늘날도 자금 대여에 따른 이자가 붙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과거 다양한 문화권에서는 이를 금기시했고 그 덕분에 유대인은 세계 금융시장을 이끌었다.

은행업이 태동한 중세 베네치아(베니스)는 지중해의 금융을 접수한 국제도시였지만 주류세력이던 그리스도인들은 대출업을 금기시했다. 반면 규제에 얽매이지 않았던 유대인들이 대출업에 종사했고 이들은 조소에 시달렸다. 우리가 ‘베니스의 상인’에서 대출업을 하던 유대인 샤일록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떠올리는 것도 당시의 시선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베네치아 정부 입장에서 세금과 자본의 공급자였던 유대인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방카(banka)라고 불린 유대인들은 거리에 긴 탁자를 놓고 영업을 했다. 이 탁자를 방코(banko)라고 불렀는데, 은행을 의미하는 뱅크(bank)가 여기서 비롯됐다. 유대인은 유럽 곳곳의 금융 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 절반 이상을 설립하며 세계 금융질서를 주도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은 오랫동안 발전을 거듭했고 은행업 모델이 등장한 지도 500년이 넘었다. 이제 정보기술(IT)이 주도하는 핀테크 혁명으로 또 한 번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금융기관의 영업시간에 방문해야 처리할 수 있었던 모든 서비스는 개인 간(P2P) 대출, 송금, 자산관리 앱 등을 통해 24시간 어디서나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 규제 샌드박스를 포함하는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의 시행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규제로 인해 금융산업의 주도권이 좌우되었던 역사의 교훈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이효진 8퍼센트 대표
#핀테크 혁명#금융혁신지원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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