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名문장]꽃길만 있다면 더 이상 꽃길이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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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정교하게 포장된 하늘의 선물이야. 그중 어떤 선물은 포장이 하도 흉측해서 우리를 두렵거나 분노하게 만들 수도 있지. 그래서 사람들은 이것을 불행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네. 하지만 그 흉측한 포장을 피하지 말고, 인내심과 용기를 가지고 하나하나 포장지를 벗겨 나갈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안에 보물처럼 감춰진 놀라운 선물을 얻을 수 있지.”

―장더펀(張德芬), 미지의 나를 만나다

덕담 중에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말이 있다. 너무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말은 실현될 수 없다. 꽃길만 주어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아니다. 금수저로 태어나서 큰 시련이나 실패 없이 평생을 보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로 ‘꽃길’만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꽃길이 아니다. 꽃은 황량한 들판이나 잡초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한다. 흙길, 모래밭길, 자갈길 등 다양한 길을 걸어봐야 꽃길이 아름다운 줄 아는 법이다.

대만 출신의 작가 장더펀은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 자체로 하늘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괴롭고 힘들게 하는 부정적 사건조차도 다만 흉측한 포장을 하고 있을 뿐, 그 안에는 놀라운 선물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선물을 얻기 위해서는 자격이 필요하다. 부정적인 일들을 회피하지 않는 용기와 인내심,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거기에서 무언가를 배우겠다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치억 성균관대 초빙교수
이치억 성균관대 초빙교수
북송대의 철학자 장재는 “가난과 근심은 그대를 옥처럼 다듬어 성공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근시안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마음, 조급하게 무언가를 이루려는 마음을 벗어던지고,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배움의 자세로 일관할 수 있다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나에게 도움이 되는 ‘선물’이 되지 않을까? ‘꽃길’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능동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이치억 성균관대 초빙교수
#장더펀#꽃길#장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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