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훈의 호모부커스]<90>독서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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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훈 출판평론가
표정훈 출판평론가
“책 한 권만 보면서 날마다 한 단락씩 읽어야 내 것이 된다. 이 책 읽다가 저 책 보다가 한다면 눈가를 스칠 뿐이다. 한 구절 읽을 때는 한 구절을 파악하고 한 장 읽을 때는 한 장을 이해해야 한다. 다른 구절, 다른 장은 생각하지 않는다.”

치밀한 정독으로 한 권에 집중하여 완독하는 주자(朱子)의 독서법이다. 반면 일본의 베스트셀러 저술가 사이토 다카시 메이지대 교수는 완독이 능사는 아니라며 이렇게 조언한다.

“한 사람이 일생 동안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은 제한돼 있다. 책 한 권을 다 읽는 데 너무 매달릴 필요는 없다. 무리해서 완독하려다 보면 독서 자체를 멀리하게 될 수도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겠다고 생각하진 말자.” 이렇게 독서법이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독서인 각자의 목적이나 책 성격에 따라서도 다르다. 주자의 정독·완독주의와 사이토의 발췌·다독주의는 경우에 따라 모두 필요하다.

“저녁이 오면 집에 돌아와 서재로 들어가네. 흙먼지 뒤덮인 일상의 옷을 벗고 궁중의 옷으로 갈아입지. 성장(盛粧)을 하고는 나를 따뜻이 반겨 주는 고대인의 옛 궁전으로 들어가, 그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던가 물어본다네. 물론 그들도 친절히 답해 주지.” 추방당한 마키아벨리가 근황을 적어 친구 프란체스코 베토리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그에게 독서는 고대인, 즉 고전에 던지는 질문이자 고전과의 대화였다. 질문·대화형 독서법이다.

3년마다 주제를 바꿔가며 책을 읽고 연구하는 피터 드러커와 오에 겐자부로의 주제기간 독서법. 모든 읽을거리에 반드시 밑줄을 치며 읽는 소설가 전광용의 밑줄 독서법. 관심 분야를 집중적으로 읽어 정통해진 뒤 다른 분야로 범위를 넓힌 찰스 다윈의 주제확장 독서법. 완독하지 않더라도 갖고 있는 모든 책의 서문과 목차, 핵심만은 반드시 읽는 현민 유진오의 일별(一瞥) 독서법. 책 읽으며 중요한 부분을 옮겨 적어두는 정조 임금의 초록(抄錄) 독서법.

이 밖에도 책 읽으며 부지런히 메모하는 정약용의 메모 독서법, 한 가지 주제에 관해 적어도 10권 이상 읽어 대강을 파악하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주제탐색 독서법 등 다양한 독서법이 있다. 어떤 방법이든 책을 꾸준히 읽는 사람에게나 쓸모가 있다. 읽지 않으면서 독서법을 강구한다면 맨땅에 낚싯대 드리우고 물고기를 바라는 것과 비슷하다. 최상의 독서법은 꾸준히 읽는 것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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