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수줍음 많은 아이가 친구를 사귀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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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 엄마는 은정(9세)이가 아직 친한 친구가 한 명도 없는 것 같아 걱정이다. 공개수업 때 본 은정이는 친구들 속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주변을 빙빙 돌고 있는 모습이었다.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걸지도, 다가가지도 못하는 은정이. 엄마는 아이에게 어떻게 친구를 만들어 주어야 할지 고민이다.

내성적인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이 강해도 그 마음을 표현하기 부끄러워 친구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다가 친구 사귀기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실패가 반복되면 쉽게 좌절하게 되고, 나중에는 친구가 다가와도 거부하게 된다. 이런 아이들은 부모가 조금 도와주는 것이 좋다. 단, 아이의 성격을 잘 이해하고 적절하게 개입해야 한다.

도와주기에 앞서 꼭 기억해야 할 점은, 절대 친구를 빨리 사귀라고 밀어붙이지 않는 것이다. 충분히 탐색하지 않고 서둘러 친구를 만들면 자신과 맞지 않아 얼마 못 가 관계가 틀어지기 쉽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실패라는 경험을 또 하게 되어 친구 사귀는 데 자신감을 잃는다. 내성적인 아이는 다른 사람보다 탐색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런 아이들은 친구를 빨리 사귀지 못한다고 비난하지 말고 오히려 “천천히 친구를 파악하고 잘 어울리는 친구를 생각해 봐. 그때 사귀어도 늦지 않아”라고 안심시켜 주어야 한다. 또한 “너에겐 좋은 점이 많아. 처음 사람을 사귈 땐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관계가 깊어진단다. 결국엔 오래된 친구가 많아지고 이해하는 폭도 넓어지지” 같은 칭찬으로 아이를 격려해줘야 한다.

아이가 친구를 사귀는 것을 도울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친구를 처음 만나서 나누게 될 대화와 행동을 모의 연습시킨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미리 연습을 해두면 실전에서 훨씬 행동하기가 수월하다. 엄마가 상대가 되어 아이에게 친구에게 “안녕” 하고 인사하는 것부터 해보게 한다. 짝꿍이나 앞뒤에 앉은 친구와 서로 이름을 말하기도 한다. 친구와 첫 만남에서 나눌 수 있는 대화와 행동을 순서대로 알려도 준다. 아이가 아무래도 말을 걸기 어렵다고 하면, 행동으로 친구에게 호감을 표현하게끔 할 수도 있다. 사탕이나 초콜릿 등을 준비해서 “이거, 먹어” 하면서 슬쩍 친구에게 내밀도록 한다.

친구를 사귀는 것은 일대일부터 시작한다. 그래야 상대에게 집중할 수 있다. 처음부터 여러 명과 어울리게 하면 자칫 주변을 겉돌게 될 수 있다. 엄마가 마음에 드는 아이가 아니라 내 아이와 관심사나 성향 등이 맞을 것 같은 아이를 선택한다. 아이가 어느 정도 일대일 만남에 익숙해지고 잘 어울린다 싶으면 여럿이 모인 것으로 점점 범위를 넓혀 간다.

부모가 아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 준다. “네가 알아서 해” 하며 아이에게 떠넘기면 그렇잖아도 내성적인 아이는 부담을 느껴서 스트레스가 심해질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라면 또래가 많이 모여 있는 놀이터에 데리고 가서 부모가 아이들에게 소개해준다. “너희들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구나. 얘는 이름이 준호인데 아줌마 아들이야. 모래 쌓기를 아주 잘해”라고 말해준다. 무리 중에서 누군가 “너 여기에 앉아”라고 말을 걸어주면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어울려 놀 수 있다.

거절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시킨다. 친구 앞에만 서면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아이의 머릿속에 ‘내가 놀자고 하면 친구는 좋아할까? 내 말을 듣고 친구가 싫어하지는 않을까? 함께 놀자고 했다가 싫다고 하면 어쩌지?’ 같은 생각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거절당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 이런 아이에게는 ‘거절’이 곧 ‘싫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줘야 한다. 아이에게 “친구가 싫다고 하면 다음번에 재미있게 놀자고 대답해”라고 일러주고, 다음번이 되면 “괜찮아. 한 번 더 놀자고 해 봐”라고 하여 아이가 계속 도전할 수 있도록 응원해준다. 처음에는 싫어할 수 있지만 몇 번 만나서 어울리다 보면 단짝이 되는 경우도 많다는 이야기도 해준다.

연극, 운동이나 댄스 등을 시킨다. 또래와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같은 관심사는 또래 사이에 거리감을 없애서 친구를 좀 더 수월하게 사귈 수 있게 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수줍음 많은 아이#내성적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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