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 기자가 만난 사람]“외환위기 때처럼 ‘역전세난’ 또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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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가 김현아 의원

《1997년 치솟던 주택시장은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1998년 들어 넉 달 만에 전국 15대 도시의 아파트값이 평균 11%, 전세금은 20.6% 떨어졌다.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세입자가 집주인이 되는 ‘역전세난’이 벌어졌다. 최근 역전세난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들린다. 부동산시장과 정책 전문가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김현아 새누리당 의원(47)이 대표적인 역전세 위기론자다. 이유가 뭘까. 그를 7월 25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 14층 회의실에서 만났다.》
 


김현아 의원은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막차인 17번을 받고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그의 어린 시절 꿈은 의사가 돼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선교사가 돼 북한에 가는 것이었다. 그는 정치를 통해서도 그게 가능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김현아 의원은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막차인 17번을 받고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그의 어린 시절 꿈은 의사가 돼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선교사가 돼 북한에 가는 것이었다. 그는 정치를 통해서도 그게 가능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박용 기자
박용 기자
―역전세난이 다시 온다는 건가.

“외환위기 때 집값과 전세금이 떨어져 역전세난이 발생했는데, 내년에도 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지금도 지방도시 같은 경우 아주 국지적으로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80%를 넘어선 곳이 있는데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는 걸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왜 그런가.

“재작년부터 아파트, 오피스텔과 통계에 잡히지 않는 상가주택 등이 많이 지어졌다. 내년부터는 새집 입주 물량이 많다. 가격도 많이 오른 상태여서 집값과 전세금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서울의 입주 물량이 늘고 전세금이 떨어지면 밖으로 나갔던 세입자들이 서울로 회귀하면서 경기도의 역전세난이 가중될 수 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현재 시스템에서는 다른 세입자가 오지 않으면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다. 보증금을 집주인 대신 반환해주는 전세보증보험을 책임보험 형태로 만들어 어지간하면 의무 가입하게 해 위험을 줄이자는 것이다. 수수료도 낮춰야 한다. 하반기에 관련 법안을 낼 계획이다.”

―확실치 않은 미래 위험 때문에 부담만 커지는 건 아닌가.

“집을 빌리는 데도 엄청난 자본이 필요한 시대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몇천만 원짜리 차를 사도 책임보험을 드는데 억대 전세금에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은 문제다. 집을 빌려 쓰는 것에 대한 새로운 문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외환위기 때는 역전세난 이후 집값과 전세금이 다시 올랐다.

“이번 역전세난은 외환위기 이후와 다를 것이다. 전세금이 올라도 그만큼이 월세로 전환되면서 급격한 월세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월세 문화와 인프라 정비도 필요하다.”

―월세 정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임차료가 얼마인가보다 임차료만큼 서비스를 받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실내에 빗물이 떨어지고 보일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도 집주인이나 중개업소가 나 몰라라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주택 품질을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확인하고 권리의무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떻게 권리의무를 보장할 수 있는가.

“외국에 비해 우리의 임대차 계약서는 아주 간략하다. 주택 상태보고서를 만들어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 주고받는 것을 권장하거나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월세카드 도입도 주장했는데….

“월세소득자의 절반이 소득을 신고하지 않는다. 소득세를 내지 않는 저소득층은 월세소득공제도 받을 수 없다. 대안은 월세 카드다. 세입자가 월세를 신용카드 등으로 내게 하고, 해당 금액만큼 마일리지를 줘 현금처럼 쓰게 하면 된다. 집주인은 연체 없이 월세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세원 노출에 대한 인센티브와 카드 수수료 부담이다. 내년까지 임대소득 과세가 유예되니 그동안 대안을 만들면 된다.”

―월세 문화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집을 가진 사람은 강자, ‘갑’이고 집이 없는 세입자는 항상 약자, ‘을’이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못된 집주인 때문에 고민하는 세입자는 물론이고 임차인 때문에 고생하는 임대인도 많다. 가진 자와 없는 자가 아니라 빌리는 사람과 빌려주는 사람의 문제로 봐야 하는데, 이 이념의 프레임이 깨지지 않고 있다.”

―상가 주인과 임차인의 갈등도 많다.

“상가 임대차의 근본적 문제는 고정 임차료와 권리금이다. 외국에는 최소 임차료로 계약하고 매출에 연동해 임차료를 추가로 낸다. 장사가 잘 안 되면 임차료를 적게 내고, 장사가 잘되면 더 내는 식이다. 고정 임차료를 매출액 연동 임차료로 바꾸면 집주인이 임대료를 더 받으려고 임차인을 내쫓지 않게 된다. 외국엔 권리금도 없다. 상가 관리회사가 따로 있고, 매출액을 기준으로 임대차 계약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도입해야 한다.”

김 의원은 남편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52)와 함께 도심 재생과 상가 임대차 분쟁 등에 대한 해법을 소개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책을 최근 냈다. 남편과 같이 쓴 세 번째 부동산 관련 책이다.

―야당이 주장하는 전월세 상한제는 왜 반대하는가.

“유럽의 저명한 학자가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으로 전쟁과 임대료 통제를 꼽았다. 임대료를 통제해 버리면 아무도 임대주택을 관리하려고 하지 않을 거다. 아이가 여럿 있거나 강아지를 키워 집을 험하게 쓸 것 같으면 세를 얻기도 힘들어질 것이다. 임대료 통제는 사회 취약 계층을 위한 주택 등에 부분적으로 필요하다. 모든 임대차에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야당은 계약갱신청구권도 얘기하는데….

“임대차 계약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다고 하자. 집을 나오고 싶은데 집주인이 전세금을 빼줄 방법이 없다면 어떻게 되는가. 역전세난이 우려되는 현재 시점엔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선의의 정책이 오히려 세입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서울 분양시장 열기가 뜨겁다.

“우선 새집에 대한 선호가 확실히 있다. 둘째는 저금리 영향이다. 마땅히 투자할 데가 없는데 새집에 대한 수요가 많다 보니 기대 심리가 생겼다. 셋째는 청약제도다. 분양시장 진입과 전매가 비교적 자유로워서 현금화가 쉽다. 일종의 규제 완화로 풀어줬는데, 지나치게 진행돼 분양시장에서 돈이 너무 빨리 돌고 있다.”

―전매 제한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부터 서서히 속도를 줄여야 한다. 분양권 전매를 하고 6개월이 지나 새 자격이 주어지면 나갔던 사람이 또 들어온다. 여기에 대한 칸막이가 필요하다. 청약 자격도 강화해야 한다.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니 지역별로 청약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정부가 분양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집단대출 규제를 하고 있는데….

“수요가 많은데 은행 대출만 막으면 은행 건전성은 유지할 수 있어도, 지불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 분양 회전 속도를 늦추면 들어오는 사람들이 적어지고 은행 대출도 조절되기 때문에 이런 차별이 없다.”

―부동산 시장의 새집 선호 현상에 대한 해결책은 없나.

“과거처럼 재건축이 쉽지 않다. 주택 개보수 비용을 장기 저리로 융자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내부 수리나 공용시설을 바꾸는 식의 다양한 주택 리모델링도 허용해야 한다. 외로움을 해소하고 공간을 함께 나누는 ‘미래형 셋방 문화’도 생기고 있다. 이를 위한 주택 개보수를 지원하고 관련 임대차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

―내년 대선에선 어떤 부동산 정책이 화두가 될까.

“천기누설 아닌가.(웃음) 내년 대선에서 청년 주거 문제가 이슈가 될 것으로 보고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두 번째는 거시경제 상황과 부동산 경기가 중요해질 것 같다.”

―서울 인구가 1000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재건축 이주 등으로 약간의 착시가 있다. 대한민국의 서울이 아니라 글로벌 시티로서 서울의 역량을 고민하고 수도권 규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영국 런던은 개방적이고 재밌는 도시다. 집값이 엄청나게 비싼데도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서울은 어떤가?”

―대변인까지 맡고 있는데, 야당은 어떻게 설득할 건가.

“사실 고민이다. 틀렸다, 옳았다가 아니라 전문가로서 법이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진정성을 전달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너무 순진한 건가?”
 

:: 김현아 의원은 ::


△1969년 서울 출생
△경원대 도시계획학과 석·박사
△1993∼1995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원
△1995∼2016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대 국회의원(새누리당·비례대표)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정리=박다예 인턴기자 서울여대 언론홍보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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