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균 기자의 교육&공감]법과 소통이 사라진 교육정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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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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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균 기자
김희균 기자
19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활동한 한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은 “20대 국회에서도 교문위를 희망하느냐”는 질문에 한숨부터 쉬었다. 그는 “교문위가 전통적으로 야당 강세이지 않으냐”고 운을 뗀 뒤 “19대에서 당정이 특별법이랑 시행령으로 밀어붙인 일이 워낙 많아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교육 분야에 눈이 밝고 애정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의원조차 20대 교문위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면이 형성되자마자 야당이 공세에 나선 ‘논란 정책’ 중 상당수가 교육 분야인 탓이다.

누리과정, 역사 교과서 국정화, 대학구조개혁 관련 정책이 대표적이다. 이들 정책의 공통점은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 갈등과 이견이 큰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시행령이나 예산을 동원해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 간 갈등이 해마다 되풀이되자 박근혜 대통령은 1월 “법을 고쳐서라도 누리과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라”고 주문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바로 ‘법을 고쳐서라도’이다.

이 문제는 정부가 시행령만 땜질식으로 고쳤기 때문에 더 비틀린 사안이다.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감의 책임으로 넘긴 이후 반발이 가라앉지 않자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급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그러나 교육감들은 이 시행령이 상위법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및 영유아보육법에 어긋난다며 오히려 반발 수위를 높였다.

수년간 야당 및 교육감들과 갈등의 골만 키운 정부는 지난주 재정개혁 대책을 통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통령의 주문대로 법을 고쳐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야당과 교육감들이 손을 잡고 극렬히 반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그것도 거대 야당이 포진한 20대 국회에서 개정하겠다니…. 이런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의아할 뿐이다.

19대 국회에서 여야 간 큰 의견 차로 답보 상태인 대표적인 법안이 대학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다. 당정은 2023년까지 대입 정원을 16만 명 줄이기 위해 대학구조개혁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야당은 퇴출 대학의 자산 처리 문제를 제기하며 이 법안에 반대해 왔다.

교육부는 법 개정이 여의치 않자 그간 각종 대학재정지원사업에 대학의 구조개혁 실적을 연계해 대학들을 압박해 왔다. 구조개혁뿐만 아니라 고등교육 분야에서 법을 넘어선 정책은 비일비재했다. 교육부는 국립대 총장 간선제를 강제하기 위해 교육공무원법이 아닌 교육공무원임용령을 고쳤고, 사립대의 소송비용을 교비회계로 지출하도록 한 사립학교법 시행령도 고치고 있다. 총선 직후 한 지방대 총장은 “법 하나도 못 만들면서 예산을 손에 쥐고 대학을 이리저리 몰고 다닌 교육부가 총선 결과에 어떤 책임감을 느끼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극심한 사회적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난해 교과용 도서 구분안 확정고시를 통해 강행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역시 갈등의 핵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총선 이후 첫 정책 공조 대상으로 꼽은 것이 바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 폐기’다.

현 정부가 지난 3년간 교육 정책 전반에서 원칙과 소통을 무시한 결과는 현장의 혼란으로 이어지게 됐다. 지난해 여당은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이 급변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시행령 정치’라는 원성이 커질 정도로 당정이 밀어붙인 교육 정책들, 그리고 여소야대 국면에서 돌아올 부메랑을 예상해 보면 안정성을 떨어뜨린 주범은 따로 있는 것 같다. 법과 원칙을 넘어 정부의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식으로 강행해 온 정책들이 이제 교육 현장에서 큰 짐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교문위#누리과정#시행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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