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연의 SNS 트렌드]가족 프로그램 인기… 양육 넘어 부모-자녀 함께 크는 양육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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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연 크리베이트 대표
박성연 크리베이트 대표
방학이 되면 학부모는 바빠진다. 아이들의 학업도 중요하지만 무언가 기억에 남을 만한 재미난 방학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며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살핀다. 과연 어떤 기준으로 프로그램을 선택할까? 아이가 즐거운 것? 내가 편한 것?

백화점 문화센터가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여성의 취미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로 즐길 만한 것들이 증가하고 있다. 기존 프로그램들이 집에서 육아를 맡은 엄마들을 대상으로 평일에 운영되었다면, 최근의 가족 프로그램들은 주로 주말에 이뤄진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하나의 스토리를 완성해 나가는 놀이부터 요리, 퍼포먼스 미술 놀이까지 다양하다.

보드게임에 참석했던 @sa812215619는 ‘애들이랑 같이 체험하고 보드게임도 가르쳐주는 부모들도 꽤 많다는 거. 보기만 해도 흐뭇한 광경’이라는 트윗을 남겼다. 한 식품 회사에서 주최한 ‘키즈 쿠킹클래스’에서는 아이들이 음식 만드는 과정을 부모와 함께하기도 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병어 파스타, 헝가리 포크스테이크처럼 보기 드문 요리를 부모가 아이와 함께 직접 만든다.

수업에서 배운 내용으로 아이들은 자신만의 ‘쿡북’을 만드는데 여기에는 요리 레시피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요리를 하는 사진도 담겨 있다. 수업을 들었던 @이나연은 ‘어른들도 하기 쉽지 않은 멋지고 맛있는 메뉴들로 가득한 것이 매력’이라고 평했고, @제니퍼는 ‘다양한 조리기구와 이국적인 재료들 덕분에 비용이 아깝지 않은 수업’이라고 댓글을 남겼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트렌드가 이미 뿌리를 내렸다. 영국의 한 비영리 단체에서는 미술관에서 가족들이 함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PropsBox’라는 것을 만들어 부모와 아이가 함께 탐험하고,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박스에는 다양한 게임도구와 물체가 들어 있는데, 아이들이 부모를 이끌면서 전시 공간에 있는 것들을 수집하고, 퀴즈를 푼다. 부모들이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놀고 있는 것이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즐기는 장난감이나 이벤트를 선택하고 싶어 한다. 아이와 부모가 동일한 상황에 몰입해 더욱 가까워지는 추세다. 실제로 친구(friend)와 아빠(daddy)의 합성어인 ‘프렌디(Friendy)’가 이상적인 부모상으로 부상했다. 한 아빠육아 파워블로거는 포스팅한 글을 모아 ‘프렌디 매뉴얼’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실제로 양육을 뜻하는 ‘parenting’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연관어를 검색해 보면 1위가 아이, 그 뒤를 이어 남편, 베이비, 자식에 이어 5위에 ‘친구’라는 단어가 보인다. 연관어에 대한 감정적인 편향을 살펴봐도 ‘까다로운’과 같은 부정적인 연관어보다는 ‘중요한’ ‘포근한’ ‘좋은’ ‘많은 관심’ ‘건강한’ ‘풍부한’ 같은 긍정적인 연관어 비중이 더 높다.

부모들이 바빠졌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더욱 줄어들었다. 그 짧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가 중요해졌다. 여기에 지금의 아이들은 부모들도 경험해 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먼저 경험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아이들이 받는 교육과 어른들이 받는 교육이 달랐지만, 최근 아이들 교육은 부모들이 받아도 손색없는 프로그램들로 바뀌었다. 기아자동차 ‘아빠와 함께하는 신나는 과학교실’에 참가한 김수현 씨는 “조립이 워낙 생소하고 어렵다 보니, 아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배우는 입장”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요즘 젊은 부모들은 아이를 낳고도 어떻게 부모가 될 것인지 고민을 거듭한다. 서점에 쏟아져 나오는 ‘부모 수업’류의 책, 아빠를 대상으로 한 문화강좌는 이제 이들의 고민이 단지 몇몇 ‘서툰’ 부모들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핵심은 ‘어떤 아이로 키울 것인가’를 넘어 ‘어떤 부모가 될 것인가’이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 이상적인 ‘부모 모델’을 기획하고 노력해 나간다. 마치 아이가 커나가듯이 부모도 계획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자라고 보살핀다는 뜻의 ‘양육(養育)’이 이제는 부모와 아이 둘 다 자란다는 의미의 양육(兩育)으로 가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자신도 성장하길 바란다. 이러한 특성을 파악한다면 미술관, 박물관, 각종 단체의 수많은 체험 프로그램은 이제부터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박성연 크리베이트 대표
#가족#양육#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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