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음악상담실]사랑과 평화를 얻으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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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Mike & The Mechanics의 ‘The Living Years’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탄핵 찬반에 대한 갈등이 세대 간의 갈등을, 더 나아가서는 가정 내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식탁에서 언성을 높이고 대립각을 세우다가 감정의 골이 깊어져서 대화가 단절되는 가족이 많다고 하죠.

사실 정치 때문에 비롯되는 가족 내의 갈등은 정치적인 옳고 그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곤 합니다. 이미 폭발 직전이었던 갈등이 정치적 신념 혹은 윤리적 근거라는 탈을 쓰고 표면화되어 폭발하는 것이죠. 민주적이지 못한 권위적인 가족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자식들에게 경험에서 얻은 ‘진리’를 가르쳐주려 하는데, 이 바보들이 잘 배우지 못합니다. 그래서 비난하고 강요하게 되죠. 이제 다 자란 자녀들은 그 비난과 강요의 가르침을 거부하고 저항합니다. 판단이 흐려진 ‘노친네’ 혹은 ‘꼰대’들이 내 의견을 존중해주고 수렴해준 적이 없으니까요.

오늘 소개하는 이 노래는 그런 소모적인 관계에 대한, 화해할 기회를 잃은 후에 느끼는 후회에 대한 노래입니다. 기타의 리듬이 표현하는 불편한 마음이 따뜻함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들어보세요. 기타는 크게 변하지 않는데, 다른 악기들과 사람의 목소리가 점차적으로 더해지면서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납니다.

노래는 “모든 세대는 그 윗세대를 탓하지! 그 분노에 어쩔 줄 몰라 하지!”라는 진부한 사실을 진술하며 시작됩니다. 그 비난과 분노는 잘못된 악습과 불의를 바로잡는 순기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극단적인 대립과 대화의 단절로 인간이 가장 원하는 사랑과 평화를 얻지 못 하게 하는 더 큰 부작용이 있죠. 숨기고 싶은 것이 많지 않으면 크게 탓하지도 분노하지도 않습니다.

그 다음은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상처를 주고받는 부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의 후회스러운 삶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자신의 삶을 만회해주기를 바랍니다.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아들은 수치스럽고 두렵습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를 자신을 초라하게 느끼게 만든 아버지에게로 향하게 합니다. 둘 다 자기방어죠.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자기방어적인,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자기주장을 합니다. “법대로 하자!”고 하고, 내게 불리할 때에는 “그 법은 틀렸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서 말이죠.

가족과 사랑은 정치나 법 위의 상위 개념입니다. 서로 생각이 달라도 함께 살아야 하고, 행복을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수신제가가 먼저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족은 정치관이 달라도 친밀한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노래는 상대방의 말을 귀로만 흘려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듣고 이해하려 노력하겠다는, 그래서 양쪽의 의견이 통합된 새로운 의미를 만들겠다는 교과서적인 선언으로 끝납니다. 이 노래의 코러스를 잘 들어보세요. 1절은 아이들의 합창이고, 2절의 코러스는 어른들의 합창입니다. 3절은 당연히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노래합니다.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을, 올챙이의 입장을 잊지 말고 잘못을 사과하고 올챙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반영시키려 노력해야 합니다. 올챙이는 개구리에게 배울 것을 잘 배우고 몹쓸 것은 다음 세대에 물려주지 말아야 합니다. 교과서입니다.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탄핵#정치#mike & the mechanics#the living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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