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음악상담실]거울 속 나도 웃으면 즐거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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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저스틴 팀버레이크의 ‘Mirrors’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며칠 전이 ‘밸런타인데이’였는데 아내가 저에게 초콜릿을 주지 않았습니다. 딸은 그래도 하나 던져주면서 “사랑해! 오빠랑 나눠 먹어!” 하더군요. 섭섭했지만 대단히 슬프지는 않았습니다. 아내의 마음이 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아니까요. 저도 3월에 사탕을 안 줄 작정입니다.

요즘은 사랑에 대한 노래의 내용도 살벌한 냉소와 비난이 대세지만, 오늘 소개하는 ‘Mirrors(거울)’는 지고지순하고 따뜻한 사랑 노래입니다. “당신은 나의 거울과 같아. 당신은 나의 모습을, 나의 가슴을 비춰줘. 외롭고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서 내가 거울 속에 비친 모습처럼 당신과 함께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줘. 당신은 내 반쪽이고 우리는 함께해야 하나가 되니까.”

사랑은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입니다. 위해 주려면 상대방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어떨 때 슬픈지 기쁜지를 알고 그 슬픔과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어야 슬픔을 덜어주고 기쁨을 줄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위해 줘야 나도 그 대상에게서 위함을 받을 수 있죠.

우리는 우리 뇌에 장착되어 있는 거울뉴런들을 통해서 타인의 마음에 접근하고 그 마음을 이해합니다. 거울뉴런들이 그 기능을 수행해 주죠. 거울뉴런들은 타인이 의도가 반영된 언행을 하는 것을 관찰할 때 활성화되고, 타인의 상태를 저절로 모방하게 해서 우리가 그 사람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인간은 논리를 이용해서 상대방의 감정과 상태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논리적인 추측은 직접 느끼는 것보다는 강도와 정확도가 약합니다. 거울뉴런들은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을 나도 같이 느끼게, 그런 상태가 되게 만들어주죠. 누군가가 놀라서 펄쩍 뛸 때 무슨 일인지도 모르면서 같이 펄쩍 뛰게 되거나, TV에서 축구 선수가 정강이를 차일 때 “아야!” 하면서 그 선수의 아픔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죠. 드라마를 보며 주인공을 따라 우는 것도 비슷한 예입니다.

거울뉴런들은 뇌의 언어 담당 영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인간이 서로 이해하고 교감하기 위해 모방과 언어가 함께 발달된 것이죠.

거울뉴런들은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 서로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살아가도록 계획되고 그런 방향으로 발전해 온 존재들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증거입니다. 그렇게 서로 연결되어 이해하고 교감해야 훨씬 더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상호 간의 교감과 이해를 저해하고 가로막는 요소들은 원시적인 이기심, 분노와 공포 같은 부정적인 감정 상태, 그리고 거울뉴런들에 의한 모방 폭력 현상입니다. 폐쇄적인 집단 구성원들끼리만 교류하면 ‘우리 편’이 아닌 사람들의 입장을 공감하거나 이해할 기회를 잃게 되죠. 그런 집단이 화가 나면 ‘우리 편’의 분노에 서로 감염되고 그 분노가 증폭되어 집단 폭력을 행하게 됩니다. 우리 편만 아니라 상대방도 잘 보고 있어야 전체를 위한 거울뉴런의 진가가 발휘되는데, 그러지 못하면 전체를 위한 공감도 이해도 할 수 없죠.

사랑하려면 이해하고 교감해야 하고, 그러려면 상대방을 잘 관찰해야 하고, 나무가 아닌 숲을 보려 노력해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까 3월에 아내에게 사탕을 선물해야 하겠습니다.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밸런타인데이#저스틴 팀버레이크#mirr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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