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전문기자의 기업가 열전]<16> 김영달 아이디스 사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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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프 없이 CCTV영상 저장하는 DVR 첫 개발

김영달 아이디스 사장이 초고화질 TV처럼 화면이 선명한 IP카메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김영달 아이디스 사장이 초고화질 TV처럼 화면이 선명한 IP카메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김상철 전문기자
김상철 전문기자
“우리도 회사 하나 만들어 보자.”

1996년 미국에서 돌아온 그는 대학 연구실 동료들에게 뛰어난 기술 하나로 세계적인 기업이 되는 실리콘밸리의 동향을 전하고 공동 창업을 제안했다. 박사 과정 지도교수였던 이광형 KAIST 교수의 주선으로 1995년 벤처기업 PSI에서 교환연구원으로 일하다 귀국한 직후였다.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실업계 고교에 가라는 부모를 설득해 인문계 고교를 졸업하고 학비가 없는 KAIST 전산학과에 진학했다. 그리고 교수를 꿈꿨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세상을 본 뒤 기업가로 진로를 바꿨다.

“그래. 한번 해보자.”

연구실을 함께 쓰던 박사 과정 류병순, 정진호 씨가 흔쾌히 동의했다. 의기투합만 했지 정해 놓은 사업 아이템은 없었다. 동료들과 논의해 벤처기업 역량으로 할 수 있고,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한다는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대기업이 진출할 만큼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기술력을 갖추면 세계 1위를 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찾기로 했다. 대학원 동기 김정주 씨(현 NXC 대표)가 매달리던 게임과 인터넷 분야는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실패 확률도 높다는 판단에 따라 제외했다.

“바로 이거다.”

우연히 들른 대학 경비실의 구석에 쌓여 있는 폐쇄회로(CC)TV 녹화 테이프를 보고 무릎을 쳤다. 비디오테이프는 녹화시간이 2∼6시간에 불과해 수시로 교체해야 하고, 보안 문제가 생겼을 때 일일이 테이프를 돌려 화면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런 단점을 없앤 새로운 영상 저장장치를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사업 아이템을 제대로 잡았는지 알아보려고 1997년 8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보안장비 전시회를 찾아 글로벌 보안업체의 기술 수준을 살펴봤다. 보안장비 시장이 막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점이어서 유명 회사 제품도 별로 없었다.

“승산이 있다.”

한 달 뒤 대전 유성구에서 창업했다. 자본금은 자신이 조교와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3000만 원과 동료들이 낸 2000만 원으로 마련했다. 사명(社名)은 지능형 통합 보안시스템(Intelligent Digital Integrated Security)의 영문 이니셜을 따 아이디스(IDIS)로 정했다. 임차한 26m²(약 8평) 크기 사무실에 책상 4개와 PC 4대를 놓고 디지털 영상 저장장치 개발에 나섰다. 김영달 아이디스 대표이사 사장(48)의 이야기다.

밤새는 줄 모르고 개발에 매달려 6개월 만에 시제품을 만들었다. 잔뜩 기대하며 시작 버튼을 눌렀으나 작동하지 않았다. 다시 만든다는 마음으로 시제품을 분해해 원인을 찾아 나섰다. 회로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보완하자 다행히 정상 가동됐다.

1998년 6월 영상을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디지털비디오리코더(DVR) ‘IDR 1016’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출시했다. 이 제품은 CCTV 16대의 영상을 한 달 치 이상 저장하고, 녹화 화면을 쉽게 검색할 수 있으며, 화질이 아날로그보다 선명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획기적인 제품을 본 에스원, 삼성전자 등이 제조자개발생산(ODM) 형태로 납품해 달라고 주문했다. 일부 보안기업과 보안장비 유통업체는 독점권을 요구했다. 벤처기업이 독자 판매망을 갖추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해 대기업에 영업과 서비스를 맡겼다.

해외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1998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보안제품 전시회에 내놓자 호평이 쏟아졌다. 1999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 경기장을 시작으로 미 항공우주국, 뉴욕 지하철, 중국 베이징 공항 등에 공급했다.

CCTV가 동축케이블이 아닌 인터넷과 무선으로 서로 연결되는 네트워크 보안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해 2000년부터 네트워크 저장장치(NVR), 원하는 곳의 화면을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초고화질 IP카메라, 카메라 3만 대를 중앙에서 관리할 수 있는 영상관제시스템 등도 내놨다. 또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2005년 카드 프린터 제조업체 아이디피, 2012년 아날로그 CCTV 제조업체 에치디프로, 카지노 모니터 제조업체 코텍을 인수했다.

아이디스는 세계적 보안회사인 하니웰, 타이코, 지멘스 등에 DVR를 공급하며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맨손으로 시작한 아이디스와 계열 기업의 연매출은 이제 5000억 원을 넘어섰다. 김 사장은 DVR를 넘어 보안 통합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넘버원 기업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뛰고 있다.

김상철 전문기자 sckim007@donga.com
#cctv#dvr#김영달#아이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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