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모 전문기자의 폰카시대]‘렌즈의 눈’으로 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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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뒤로 뻗은 나무와 전봇대가 눈에 거슬린다.
주인공 뒤로 뻗은 나무와 전봇대가 눈에 거슬린다.

박경모 전문기자
박경모 전문기자
말의 눈은 시야가 350도나 된다. 사방을 거의 다 볼 수 있다. 경마에서 눈가리개를 하는 이유다.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시야는 두 눈을 합쳐도 160도 정도다. 그것마저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본다. 보이는 이미지들도 머릿속에 잠시 저장은 하지만 흥미 없는 것들은 곧 기억의 저편으로 보내버린다.

그래서 사람의 눈과 렌즈의 눈은 영 딴판이다. 사람의 눈으로는 매우 아름다운 것도 렌즈로 보면 볼품없는 게 수두룩하다. 물론 그 반대도 많다. 렌즈는 사각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모든 물체를 빠짐없이 기록한다. 모든 것을 매우 짧은 순간에 두부 자르듯 뚝딱 잘라 저장한다.

스마트폰카메라 렌즈의 초점거리는 28∼33mm 정도에 맞춰져 있다. 사람의 눈은 50mm 렌즈에 가깝다. 폰카 렌즈는 광각으로 사람보다 시야가 훨씬 넓다는 뜻이다. 촬영 각도에 따라서 고층건물을 휘어지게 만들기도 하고, 소위 ‘얼짱각도’ 사진처럼 얼굴만 특별히 예쁘게 나오게 할 수도 있다.

사진을 처음 배울 땐 어떻게 하면 실제와 똑같이 찍을지 고민한다. 눈에 보이는 건 모두 담으려고 한다. 눈에 보이는 대로 찍었는데 사진이 밋밋하고 힘이 없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눈과 카메라렌즈의 차이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는 사람의 눈이 아니라 카메라의 눈으로 사물을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유명 관광지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면 주인공 뒤쪽에 모르는 사람의 옆모습이 들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그 뒤로는 주차된 자동차와 그 너머로 가게 간판까지 보인다. 주인공 머리 위로는 전깃줄이 어지럽게 지나가고 있다. 한마디로 초점이 없는, 누가 주인공인지 알 수 없는 사진이 돼 버린다. 사람의 눈은 주인공에게 집중하느라 나머지 것들은 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렌즈엔 모든 게 생생하게 잡힌다.

셔터를 누르기 전에 화면에 무엇을 넣고 뺄지 빨리 결정해야 한다. 배경이 필요 없는 사진이라면 주제가 되는 대상(피사체)을 클로즈업하면 된다. 피사체를 화면 중앙에 절반 이상 채우고 나머지 화면에 주제를 설명하거나 장소를 암시하는 배경을 살짝 넣어주면 된다. 사람을 찍을 경우 얼굴 뒤쪽 배경이 심플할수록 깔끔한 사진이 나온다.

화면에서 뭔가를 넣고 뺄 때도 경험과 연륜이 필요하다. 초보는 이것저것 많이 넣느라 고민하지만 전문가는 꼭 필요한 것 외에는 과감하게 빼버린다. 인생도 비슷하다. 너무 많은 것을 움켜쥐려 하면 하나도 못 건진다. 그걸 알기까지에는 시간이 필요하듯, 좋은 사진을 찍는 데도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렌즈#렌즈의 눈#경험#연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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