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신중호]경주 지진 1년, 기술인프라 - 전문인력 확충 시급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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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신중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2016년 9월 12일 저녁, 경주 일대에서 1978년 계기 지진 관측 이후 가장 큰 리히터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 40년간 지진 발생 추이를 일본과 비교하면, 규모 2.0 이상의 지진 발생 횟수에서 일본은 한국의 50배이며, 특히 규모 6.0 이상은 한국은 전무하나 일본은 700여 회에 이른다. 이러한 통계에 의하면 한국은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진 안전지대라고 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중규모의 경주 지진이 우리 사회에 유례없는 큰 충격을 준 것은, 그동안 지진에 대해 무관심할 정도로 정보와 대비가 없는 상태에서 경험한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 지진 대비는 예측과 대응을 기본으로 한다. 지진 재해 예측이란 지질조사로 활성단층이라는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질 구조를 찾아내 예상되는 발생 지진의 크기와 영향 범위를 알아내는 것이다. 지진 재해 대응은 조기경보·대피 체계와 아울러 지진 영향력으로부터 안전한 시설과 사회 안전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새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를 통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안심사회 구축을 국정전략으로 설정하였다. 지진 안전 분야에서는 지진 조기경보체계 개선, 내진설계 및 보강, 활성단층 조사, 지진 대비 교육훈련 확대 등을 통해 2020년까지 선진국 수준의 지진 대응체계 마련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와 연계하여 다음과 같은 필요성이 제기된다.

첫째, 지진 전문인력 확충이다. 작년 말에 정부는 지진방재종합대책을 통하여 전담인력 보강 계획을 발표하였다. 작년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정부행정기관에 102명(중앙부처 45명, 지방자치단체 57명)을 확충하는 것이다. 지진연구 전문가 보강 계획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현재까지 실행된 것이 없다.

둘째, 기술 인프라 강화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지진의 진원과 규모를 발표해 왔다. 지진파는 전파 거리에 따라 진도는 감소하고 그 영향도 달라지므로, 각 지역에서 관측되는 진도가 실제로는 매우 중요하다. 일본은 전국에 4000곳 이상의 지진관측망을 구축하여 지진 발생 시 진원 규모와 함께 전국 지역별 실시간 진도 분포 정보를 스마트폰 앱으로 제공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지진관측망은 200여 곳에 불과하다.

셋째, 상호 이해와 신뢰가 바탕이 되는 사회 시스템 구축이다. 일본은 1995년 고베 지진 이후 20년간의 투자와 경험을 거치면서 신뢰가 축적되어 있다. 반면 지난해 경주 지진으로 인해 우리는 정부, 사회 분야 및 국민 상호 간에 불신의 에너지 소모를 경험하였다.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러한 신뢰 시스템 구축이야말로 재난 극복의 가장 근본이 되는 원동력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신중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경주 지진#지진 전문인력#기술 인프라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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