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서유헌]치매 극복 AI 프로젝트 서둘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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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헌 가천대 석좌교수 뇌과학연구원장
서유헌 가천대 석좌교수 뇌과학연구원장
전 세계적으로 3.5초, 미국에서는 69초, 우리나라에서는 12분에 한 명씩 발생하는 병이 있다. 사람을 동물로 만드는 병, 가족을 황폐화시키는 병, 발병률과 사망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세기의 질병, 100세 시대 도래를 막고 있는 최대의 질병, 바로 알츠하이머(치매)이다.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국가가 책임지는 병’으로 선언하고 2000억 원 추경예산 편성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암은 초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면 완치도 가능하지만 치매는 진행을 막거나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치료제가 없어 완치가 불가능하다.

현재 사용 중인 치매 치료제는 초기에 사용하면 증세가 일부 완화되거나 진행이 좀 늦춰질 뿐이어서 근본적 치료제의 개발이 시급하다. 근본적인 치료제의 개발을 위해 지금까지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많은 연구비를 투자하여 100개 이상의 후보 약을 임상시험했지만 실패해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 약들은 모두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이 가설이 크게 의심을 받게 되었고 최근 복합 원인으로 발병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많이 나와 복합병인설이 더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단일 타깃이 아닌 복합 타깃에 작용하는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 최근 줄기세포 치료술이 치매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와 미국에서의 임상시험 착수 소식으로 볼 때 줄기세포 치료술 개발 연구도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실패들을 거울 삼아 2011년 ‘국가 알츠하이머 프로젝트법’을 제정하고 치료제 개발을 위해 획기적으로 매년 20억 달러를 지원할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도 “암, 에이즈 극복 노력을 이제 치매 극복 노력으로 돌려야 한다”면서 치매 신약 개발비를 증액하였다.

또 미국에서는 인류의 마지막 도전 과제인 ‘뇌 지도 작성’ 사업에 10년 이상 매년 4억5000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얼마 전 국내 연구팀이 한국인 표준 뇌 영상과 치매 뇌 영상 지도를 만들고 치매를 조기 진단할 수 있는 기법을 발표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대규모 코호트를 구축하고 더욱 정밀한 뇌 지도를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새로운 조기진단 바이오 및 유전체 마커 개발 연구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도 ‘AI 왓슨 암’처럼 ‘AI 치매 뇌질환’ 개발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치매를 극복할 수 있고 동시에 뇌 중심의 산업혁명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서유헌 가천대 석좌교수 뇌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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