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김동진]新舊 장관들 대면 인수인계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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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고 누락 파문을 보며 합리적인 정권이양 문화는 무엇인지 고민이 들었다. 정권이양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됐다면 사드 같은 중대한 문제에 보고 누락이 발생할 리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리보다 약 4개월 먼저 정권이 교체됐다. 미국에서는 공화, 민주 양당의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면 각 후보는 관련 기관으로부터 안보상황 보고를 받는다. 선거가 끝나고 새 대통령이 결정되면 우선 소위 ‘the nuclear football’이라 불리는 핵무기 관련 코드가 담긴 가방을 넘긴다. 이어서 현 대통령과 당선인이 인수인계회의를 통해 정권이양에 협조하는 자세를 국민들에게 보여준다. 지난번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진영과 도널드 트럼프 진영 사이에 치열한 감정싸움이 있었지만 이들은 트럼프가 당선된 바로 다음 날 백악관에서 만나 정권이양에 관한 협의를 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감정을 감추려 했지만 얼굴 표정은 굳어 있었다. 자신이 임기 중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트럼프가 선거 과정에서 폐지하겠다고 약속한 오바마케어에 관한 대화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외형적으로는 의연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두 지도자 모두 회의가 생산적이었다고 말했다. 의견 차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시인했다. 이러한 자세야말로 진정한 애국의 실천이고 바람직한 직업정신의 발휘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이번 정권교체의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특수상황을 이해하기는 하지만, 과거 대통령들이나 이번에나 미국처럼 진지하게 정권이양이라는 중대 절차를 밟은 적이 있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 바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오찬을 함께했다. 국가의 최대 현안들에 대해 최소한이나마 인수인계 형식의 대화가 있었는지, 아니면 그저 밥만 먹고 헤어진 건 아닌지 궁금하다.

현실적으로 특히 여야가 바뀐 경우에는 신구 정권이 마주 앉기는커녕 악수조차 하기 싫어할지 모른다. 그러나 국익을 위해서라면 정파를 초월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안심한다. 문 대통령과 황 대행이 허심탄회하게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면 사드 보고 누락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이번 파문의 원인을 찾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도 성숙한 정권이양 문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장관들도 인수인계 과정에서 신구 장관이 소위 디브리핑(debriefing)이라는 대면 프로세스를 거쳤으면 좋겠다. 이번 사드 보고 누락 파문과 관계없이 앞으로 정권이양 문화가 선진적이고 합리적으로 정착되길 기대한다.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
#사드#오바마#트럼프#디브리핑#debriefing#the nuclear foot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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