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제해성]기후변화 완화하는 목조건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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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해성 아주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제해성 아주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지난해 11월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현장을 살펴보니 다세대 및 다가구 주택의 피해가 컸다. 이런 소규모 건축물을 지을 때는 지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건축 전문가의 안전 설계와 적절한 공법 선택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목조건축 선진국인 캐나다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 있다. 캐나다는 재난에 안전한 목조주택을 개발해 이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보급하고 있다. 가장 눈길이 가는 건 화재 예방이다. 최근 캐나다에서는 내화 구조용집성판(CLT)이 널리 사용 중이다. CLT는 여러 개의 나뭇조각을 엇갈리게 쌓은 뒤 압축한 합판이다. 중저층은 물론이고 고층과 공동주택에서도 이 같은 나무 구조의 건축물을 선보이고 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목재 사용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건축기준까지 마련했다.

목조건축은 지구온난화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건축자재로 목재를 많이 사용할수록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많이 저장해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것이다. 간혹 나무로 집을 지으면 환경을 파괴한다는 오해가 있다. 이러한 오해는 나무를 계획 없이 벌목하는 행위에서 비롯된 편견이다. 벌채 후 어린 나무를 심어 건강하게 가꾸면 대기 중 탄소는 지속적으로 나무에 저장된다.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통해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탄소가 산림에 흡수되는 순환과정이 계속되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화재에 강하며 구조적으로 안전한 목조건축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최근 유럽과 북미에서는 고층 목조건물 신축이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는 목재로 만든 18층 대학생 기숙사를 지난해 완공했고, 오스트리아에서는 24층의 목조 주상복합건물이 공사 중이다. 스웨덴에서는 42층 목조건물 시공계획이 완성됐다. 일본에서는 70층짜리, 런던과 시카고에서는 각각 80층짜리 초고층 목조건물 신축계획을 수립하고 시공을 준비 중이다.

이렇듯 세계적으로 목조건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목조건축의 최신 경향과 발전 방향, 연구 성과 등을 논의하는 ‘2018 세계목조건축대회’가 8월 한국에서 열린다. 전 세계 전문가가 모여 목조건축과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머지않아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 목조건축물이 국내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선보이길 기대한다.
 
제해성 아주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목조건축#기후변화#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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