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장화정]아동학대, 부모만의 문제는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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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얼마 전 전북 전주에서 실종된 5세 여아는 친부와 계모에 의해 암매장됐다.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는 어린 3남매가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화재로 숨졌다. 새해부터 부모의 학대와 방치로 아이들이 숨진 사건이 연일 보도되고 있어 안타깝다.

2016년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를 보면 사망 아동 중 부모의 학대가 있었던 경우가 86%를 차지했다. 특히 20대 부모의 비율이 34%로 가장 높았다. 부모가 될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양육을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동학대의 원인을 부모의 미성숙한 양육 방식으로만 한정할 수는 없다.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및 고립이나 부부·가족 갈등, 이혼, 정신건강 문제 등 다양한 요인이 아동학대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택 아동 암매장 사건, 인천 탈출 사건, 울산 의붓딸 학대 사건들을 통해 우리 사회는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더 이상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이라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다. ‘왜 부모로서 그 정도밖에 하지 못했느냐’고 비난하기 전에 ‘왜 이러한 사건이 반복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

현재 우리나라 부모 교육 시스템을 보면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 부처별로 쪼개져 있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더 이상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마다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 마련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부모 교육을 공교육 과정에 포함시켜 예비부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또 아동 발달 단계에 따라 적합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부모 교육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영유아기 부모들이 보육료나 양육수당을 신청할 때 부모 교육 영상을 시청하도록 하고 있지만 영상 한 번 보는 것으로 준비가 된다고 할 수 없다. 부모가 교육을 원하면 주민센터 등에서 상시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의 권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동학대처벌법에 의거하여 아동학대 조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의 집 가정사에 끼어들지 말라며 조사 자체를 거부하고 반발하는 사람이 많다. 아이의 안전이 보호되지 못했을 때, 언제든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개입할 수 있고 아동학대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어야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과중한 업무량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하루 8시간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1년에 1961시간, 즉 365일 중 245일을 일하는 것이 평균이다. 하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1인당 3721시간, 즉 465일을 일하고 있는 셈이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정은 많지만 좀 더 시급하게 개입해야 하는 사례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들은 지금도 어디선가 우리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학대는 반짝 뉴스로 이슈화됐다가 잊혀져서는 안 된다. 개인과 사회·경제적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아동학대 조사에 대한 인식 변화와 관련 기관 지원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아동학대#양육#부모 교육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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