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채성준]국정원 수사, 손가락 대신 달을 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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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준 건국대 국가정보학과 겸임교수
채성준 건국대 국가정보학과 겸임교수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와 관련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야당은 정치 보복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으나 여당은 과거 적폐 청산 차원에서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검찰 역시 정치적 수사가 아니고 정보기관 무력화와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수사 결과를 보면 반헌법적 범행임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보활동의 특성과 정보기관의 기본적 생리를 냉철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국가 정보활동의 특성은 비밀성과 합목적성이다. 정보활동의 목적과 의도 및 방법이 노출될 경우 상대방의 허위 정보 제공 등 기만술책에 말려들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보안 유지가 필수적이다. 다음으로 정보활동은 국가 안보와 국익을 전제로 하고 있어 적법성 여부보다는 얼마나 이에 보탬이 되느냐에 달려 있다. 각국이 엄청난 인원과 예산을 투입하는 비밀정보기관을 유지하는 이유이다. 물론 정보활동의 불법성이나 부도덕성이 공개될 경우 정보기관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에 막대한 손상을 초래하기 때문에 최대한 합법성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이처럼 정보기관이 합법성과 합목적성의 경계 선상에서 활동해야 하다 보니 그 어느 조직보다도 상명하복의 기강이 강하다. 정보기관의 요원들이 국가 안보와 국익 수호라는 명령을 받고도 좌고우면한다면 이는 국가를 위해 불필요한 조직이다. 정보활동 목표의 합목적성을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책임은 정보 사용권자에게 있다. 사법 정의의 보루인 검찰과 법원으로서는 이미 드러난 사실에 대해 현행법의 잣대로 판단하고 집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정보활동의 특성과 정보기관의 생리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법정의의 실현도 중요하지만 국가 안보와 국익 수호는 이보다 우선하는 헌법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이익과 영달을 위해 합목적적이지 않은 불법 활동에 앞장선 자가 있다면 마땅히 단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상명하복의 조직 논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담하였다면 조직 보호 차원에서 선처해야 한다. 이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결국 국가에 권력을 위임한 국민의 몫일 것이다.

채성준 건국대 국가정보학과 겸임교수
#이명박#박근혜#국가정보원#국정원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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