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이준서]우정사업본부, 자율책임 경영체제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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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가장 만족도가 높은 택배업체가 어디일까. 또 가장 안전한 금융기관은 어디일까.

아마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우체국”이라 말하면 이내 “아, 맞다. 우체국!”이라고 수긍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사실 우리가 실제로 이용하는 곳은 우체국이지만, 그 우체국을 통합 관리하는 기관은 우정사업본부다. 그리고 이 우정사업본부가 미래창조과학부에 소속돼 있는 정부기관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기관의 실체가 그만큼 모호하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편사업이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보기술의 발달로 우편물이 급감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고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우편사업을 그만둘 수도 없다. 우편사업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제공되어야 하는 보편적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격동하는 사회 변화에 대응하려면 많은 투자가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큰 변화가 예상되고 핀테크로 인해 금융시장도 큰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2000년 우정사업본부 체제 출범 이후 정보통신부, 지식경제부, 미래부로 소속 부처가 변경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래 지향적인 전략 수립은 어찌 보면 사치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외부 환경은 급변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 체제의 종식을 논의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의 체제 개편이 좋을까. 무엇보다도 자율적인 책임경영 체제 구축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외청기관화, 공사화, 민영화 등 세 가지 정도의 경영체제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보편적 우정서비스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경영체제의 선택에 있어서는 경영자율성, 체제 전환 비용, 우편·금융사업의 겸업, 직원의 신분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즉, 보편적 서비스가 확보된 상태에서 체제 전환 비용이 낮고 우편·금융사업의 겸업도 가능한 조직형태여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우선적으로 공사화를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기관에서 공사화로 급격하게 전환을 추진할 경우 보편적 서비스 품질 저하, 체제전환 비용 발생, 일자리 감소, 조직 내부의 저항 등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여러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때 우정청이 가장 적합한 조직형태일 것으로 판단된다. 다른 국가의 예를 보더라도 외청, 공사화, 민영화 단계의 수순을 밟은 바 있다. 일본과 독일은 우정청 단계를 거쳐 공사화하였고,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공사화하여 일류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따라서 우리도 일단 우정청으로 경영체제를 개편한 후 장기적으로 조직 성과나 시장 상황을 감안해 공사화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택배업체#우체국#우정사업본부#우편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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