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안양옥]대학장학금, 종합 생활지원으로 바뀌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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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지난겨울은 우리 국민들에게 유난히 춥고 긴 시간이었다. 하지만 촛불 민심이 하나둘씩 모여 거대한 물결이 되었고, 결국 평화적으로 나라를 움직이는 큰 힘을 보여주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이번 촛불 민심은 우리 국민들의 집단지성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깨어 있는 국민을 만든 저변에는 분명 ‘의무교육화에 가까운 대학교육’의 힘이 숨어 있다고 본다.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대학생들을 위한 공약들이 쏟아져 나왔다. 저소득층 지원을 바탕으로 한 반값 등록금 실현,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 또는 무이자 전환, 공공 기숙사 건립 등을 거의 모든 대선 후보들이 이야기한다. 핵심은 대학 진학의 부담을 낮춰 ‘대학교육의 준의무교육화’를 실현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공약들이 혹여 빛 좋은 개살구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대선 후보들은 지금의 대한민국 대학생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 가정형편 때문에 배움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그들의 외로운 메아리를 말이다.

현실을 보면, 대학의 문턱에서 맨 먼저 높은 대학 등록금이 맨손뿐인 청년들을 힘겹게 한다. 높은 생활비와 주거비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청춘이니까 더 아플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과감히 예산을 늘려 ‘국가장학금’으로 대학등록금을 지원해 왔지만, 세금에 기반을 둔 재원이 한정돼 있는지라 등록금과 생활비 등 대학생들의 현실적 수요에 비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뿐인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비교적 많은 장학금이 지원되지만, 등록금 외에도 잠잘 곳, 교재비, 교통비, 식비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금전적 지원 외에 멘토링 등 교육적 지원도 절실하다.

이러한 복합적인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가장학금 정책이 단순 등록금 지원에서 머물지 않고 대학 재학 기간 동안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아우르는 총체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즉 국가장학금 정책의 밑그림을 등록금 등 단편적이거나 부분적인 지원에 한정하는 형태가 아니라 등록금-생활-거주-멘토링 등을 융합적이고 완성도 높은 ‘종합장학지원(Total Care)’이라는 유기적 형태로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지난 역사가 증명하듯 닥쳐올 변화와 위기를 극복하고 밝은 미래를 개척하는 힘은 무엇보다 사람과 교육에서 나온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의 변화를 대한민국호가 능동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는 대학교육 지원정책의 프레임을 더욱 공들여 정비해야 하는 까닭이다.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대통령 선거#대학장학금#종합장학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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