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이양호]한국 경마 100년의 과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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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호 한국마사회장
이양호 한국마사회장
축구에 월드컵이 있다면 경마에는 세계 최고 경주마들의 각축장인 ‘두바이 월드컵’ 경주가 있다. 결승전 하루에 걸린 총상금만 해도 300억 원이 넘는다.

경마계에서는 꿈의 경주다. 올 3월 25일, 이 경주에 한국 경마 사상 처음으로 ‘트리플나인’이라는 국내산 경주마가 결승전에 진출해서 세계 최정상 마필들과 자웅을 겨뤘다. 비록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출전 그 자체만으로도 상상을 뛰어넘는 의의를 가진다.

국내 경마는 1922년 한강 백사장에서 펼쳐진 경주부터 현재까지 약 100년 가까운 전통을 갖고 있다. 거의 전량 외국산 마필을 수입하다 1980년대 후반부터 마필 생산에 뛰어들어 지금은 경주마의 80% 이상을 국내산 마필로 자급할 만큼 외형적인 규모는 성장해 왔다.

말 생산 인프라 구축, 고가의 우수 씨수말 도입, 전문인력 양성, 선진기술 도입 등 정부, 마사회, 말 생산 농가들의 각고의 노력이 이어지며 질적인 부문에서의 성장도 일정 부분 이뤄내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경마 중진국으로 분류되는 PART Ⅱ 단계로 진입했다. 우리의 경주 실황을 마카오, 싱가포르, 호주 등에 수출하고 있으며, 마권 발매 시스템을 상품화했고, 베트남의 경마장 건설 사업에 자문도 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경마가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경마에 대한 인식 수준은 답보 상태에 있어 안타깝다. 경마 선진국은 통상 선진국들이다. 외국의 경우, 왕실 가족이나 유명 인사들이 경마장을 즐겨 찾는다. ‘멜버른 컵’이 열리는 호주의 빅토리아 주처럼 대회가 열리는 날을 공휴일로 지정한 곳도 있다.

금번 두바이 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두바이 왕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대회가 개최되고, 수백 명에 달하는 각국 기자들의 취재 열기, 왕족은 물론이고 저명인사, 그리고 시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축제로 승화된 모습은 동경 그 자체였다.

우리가 꿈꾸는 바람직한 경마 문화는 영화 한 편을 보듯이 경마공원에 와서 즐기다 좋은 추억을 안고 귀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좋은 마필을 생산해 스타 경주마로 키우고, 그 경주를 재미로 즐기는 말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양호 한국마사회장
#경마#경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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