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백진석]외국인이 좋아하는 한국 김… 수출 산업으로 키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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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석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수출이사
백진석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수출이사
김을 영어로 번역하면 dried laver, laver, seaweed로 표현한다. 어떻게 표현해도 뜻은 통한다. 그런데 영미권에서 김을 대중적으로 일컫는 말은 사실 ‘black paper’이다. 검은 종이! black paper는 서양인 관점에서 김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인 것으로 생각된다. 동양인들이 쌀밥을 먹을 때 돌돌 말아 사용하는 해괴한 종잇장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요즈음 미국의 유통 업체에는 “우리 아이가 김을 너무 많이 먹는데 괜찮을까요?”라는 문의 전화가 종종 걸려온다고 한다. 그만큼 대중적인 식품이 되었다. 상전벽해다.

김은 작년에 90여 개국에 3억5000만 달러어치가 수출되었다. 금년 1분기에는 벌써 1억 달러 수출을 넘어섰다. 20피트 컨테이너로는 약 1만7000개, 매일 컨테이너 46개 분량의 김이 수출된 셈이다. 미국 코스트코 매장 400여 곳에서 소비되는 한국산 김만 해도 1년에 컨테이너 1000개 분량이 훨씬 넘는다.

2000년대 초반에는 우리 김 산업이 사양산업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그런 애물단지가 오늘날 효자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수출 지원 확대를 통해 국내 가격 안정에 힘써 왔다. 미국 CIA요리학교와 협력해 새로운 김 요리 레시피를 만들어 보급했고 김 수출협의회를 결성했다.

2010년에는 수출 1억 달러 달성을 계기로 ‘김의 날’이 제정되었다. 이에 따라 수출 선도 기업을 육성하고 스낵 김, 간편식 김탕, 할랄시장 타깃 유기농 김 등 수출업체의 고부가가치 상품 연구 개발을 지원했고 해외 미개척 시장에는 앵커숍을 설치하였을 뿐 아니라 해외 대형마트와 연계한 판촉,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수출을 확대해 왔다.

2007년 이후 김 수출은 연평균 21.8%씩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했다. 국내 전체 생산량의 40%를 수출함으로써 수급 균형을 이루어 냈다. 수출이 늘어남에 따라 김 양식 어가의 소득도 향상되었다. 김 생산 어가의 평균소득은 7600만 원 수준이지만 1억 원을 넘는 어가도 수두룩하다.

업계에서는 김을 ‘수산물의 반도체’라 칭한다. 그만큼 부가가치가 높다는 뜻이다. 향후 10억 달러 수출을 바라보고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특별한 날이면 참기름을 발라 소금을 뿌린 후 연탄불에 살짝 구운 김을 식탁에 올리셨다. 형제가 주렁주렁 많던 시절이라 넉넉지 않은 양을 한 장씩 배급하듯 나눠 주셨다. 꿀맛처럼 맛보던 아련한 추억의 김이 이제는 외화벌이 식품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전남 완도에서 국제해조류박람회가 개막되었다. 이 행사에서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11개국 100여 명을 초청하여 수출 상담회를 실시한다. 김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해조류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계인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되길 기대한다.
 
백진석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수출이사
#한국 김 수출 산업#수산물의 반도체#국제해조류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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