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불행을 자기 일처럼 아파하는 한국인에게서 희망을 보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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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미의 한국 블로그]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던 센다이 지역의 상인들이 이재민들을 위해 지은 아침밥을 배식하고 있다. 동아일보DB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던 센다이 지역의 상인들이 이재민들을 위해 지은 아침밥을 배식하고 있다. 동아일보DB

가와니시 히로미
가와니시 히로미
세월호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 진심으로 조의를 표한다. 앞으로 한국을 짊어지고 나갈 미래인 아이들이 많이 희생된 것은, 정말 아쉽고 억울하다는 말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것 같다.

사고 후 기다림의 상징이 된 노란색 리본이 눈에 띄는 장소에 걸려 있고, 많은 사람들이 가슴에 리본을 달아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전국에 슬픔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인들은 희생된 학생들을 자신의 아이처럼, 또래 청소년들은 자신의 친구처럼 여기기 때문에 사고의 슬픔을 더욱 온몸으로 느끼는 것 같다. 잊지 못하는,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일까. 정부 주도가 아니라 한국인 한 사람, 한 사람 속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이 합쳐져 ‘하나’가 된 모습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인들이 재난 앞에 보여준 지난 두 달 동안의 모습은 외국인들에게도 놀라움과 충격을 주었다. 도로에 걸려 있는 현수막, 학생들이 쓴 애도의 메시지, 가게 유리창에 붙여놓은 노란 리본. 외국에 사는 한국인 친구의 페이스북 사진도 노란색 리본으로 바뀌었다…. 진혼, 비탄, 분노, 희망이 뒤섞여 있음을 느낀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조심스럽게 한국의 희망이 느껴졌다. 딱히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것은 ‘남의 불행에 공감하며 하나가 된다’는 것에 대해 어떠한 힘을 느껴서일 것이다. 사람의 생각은 결집함으로써 큰 힘이 되고, 그 힘으로 무엇인가를 바꿀 수 있는 것 아닌가.

한국보다 개인주의적인 일본에서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한국과 같은 움직임은 일어나기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조금씩이긴 하지만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사회를 바꾸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당시 일본도 전국이 슬픔으로 가득 찼다. 물론 세월호와는 달리 천재지변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재난이라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땅이 꺼지는 재난 앞에서 사람마다 슬픔의 정도 차는 있겠지만, 모든 것이 멈춰 버린 듯했다. 지역 공장들이 멈추면서 일본 경제는 침체되었고 게다가 원자력발전소 문제로 사방팔방에 해결해야 될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그래도 정말 조금씩이지만 고개를 들고 앞을 향해 걸어 나가고 있다. 대지진 이후 한국을 비롯해 일본 국내외의 많은 사람들이 보여준 격려와 공감 덕택이었다.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허무감이나 고독감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이재민에게는 ‘딱 붙어 기댈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기댐으로써 마음을 치유받게 된다. 그 덕분에 방사능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와 싸우면서도 ‘다시 일어나자’는 희망으로, 마음을 하나로 모아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피해가 심했던 동북부 지역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이 봉사하러 찾아왔다. 해일에 엉망이 된 가옥을 정리해주고, 잿더미 속에서 발견한 흙탕물로 더러워진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깨끗하게 닦아 주인을 찾아주었다. 재해를 입은 피해자들, 특히 노인들에게 말벗이 되어주는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꾸준히 했다.

사람들은 그 후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여러 형태의 지원으로 나름의 돕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방사능 소문’으로 피해를 보는 재해지역의 농산물과 제품을 구매해주고,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관광도 일부러 간다. 휴가 때마다 자원봉사자들이 다시 방문해 사람들을 돌보고, 삶의 터전을 잃은 동물 보호 운동도 펼친다. 작지만 다양한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 자주 찾아오는 한 일본인 친구는 이번 세월호 사고를 접한 뒤 “진도에 자원봉사를 가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 한국어에 능통하지 않아 오히려 민폐가 될까 봐 가지 못했다”고 내게 말했다.

일본 방송에서도 연일 세월호 사고 관련 보도를 했다.

이참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가라앉는 세월호의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자주 상세히 보여줄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사람들 대부분에게 미치는 충격을 고려해볼 때, 오히려 마음만 안절부절못하게 만들 뿐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큰 것 같았다. 영상은 슬픔을 더욱 깊게 할 뿐이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던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은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나 스스로 도울 수 있는 일은 없는지 깊이 생각해본다.

: : i : :

가와니시 히로미 씨는 한국에서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있는 일본 주부다. 한국에서 산지도 3년째에 접어든다.

가와니시 히로미
#동일본 대지진#세월호 참사#슬픔#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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