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현의 뉴스룸]임기제공무원 채용, 취업준비생은 들러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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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현 사회부 기자
노지현 사회부 기자
최근 경기 성남시와 파주시 같은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임기제공무원을 뽑고 있다. 이미 합격자를 발표한 곳도 있고 전형이 진행 중인 곳도 있다. 그런데 취업준비생을 중심으로 “관공서의 구색 맞추기에 우리가 들러리를 서고 있다”는 의심과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발단은 성남시였다. 시정 소식지를 기획하는 편집주간, 시정 뉴스 진행을 하는 아나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 콘텐츠·이미지를 제작하는 이미지 디자이너, 경로당과 홀몸노인 돌봄 서비스를 담당하는 노인복지 담당자를 1명씩, 모두 4명 선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면접장에 5년간 성남시에서 일한 전임자들이 들어오자 지원자들이 동요했던 것. 지방임기제공무원은 2년 근무를 기본으로 추가 3년까지 연장해 최대 5년 일할 수 있다.

결국 편집주간과 아나운서 부문에는 전임자가 최종 합격했고 이미지 디자이너는 적임자가 없다고 발표했다. 노인복지 분야만 신규 지원자가 합격했다. 노인복지 분야 전임자는 이번에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전임자 계약 연장용 채용이라고 해도 별말이 없게 된 셈이다.

한 지원자는 “말로만 ‘청년실업 해소’니 ‘신규채용 확대’라고 하지 말고 미취업자에게 취업 기회가 정말로 주어지고 있는 건지 관공서들이 공개했으면 좋겠다. 떳떳하다면…”이라고 말했다. 성남시 측은 “전임자는 지원하지 못한다는 규정은 없다. 공정한 심사를 거쳐 선발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채용은 지원자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고용자 측에서 판단하는 것인 만큼 결과만을 놓고 공정성을 시비할 수는 없다. 다만 성남시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지원자들이 거센 항의의 글을 올린 데에는 지자체들의 ‘배려 없는’ 모집 요건도 일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응시원서, 이력서, 자기소개서, 직무수행계획서, 자격 요건 검증을 위한 동의서, 졸업증명서, 경력증명서, 경력 확인용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 자격증증명서, 주민등록 초본. 서류전형에 필요한 서류다. 거기에 모든 서류는 원본만 인정하고 우편 접수는 안 되며 제출한 서류는 일체 돌려주지 않는다는 규정까지 있다. 인공지능(AI)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눈앞인데 구닥다리 전형 방식이다. 요즘 대부분 사기업은 e메일로 지원하고, 꼭 필요한 서류는 스캔해서 인터넷으로 첨부하도록 한다.

그러나 대부분 지자체가 이 같은 과거 방식을 답습한다. 파주시는 등기우편 접수까지 받긴 하지만 원본을 종이로 내야 한다. 어떤 지자체는 ‘채용 공고 이후에 서류를 발급받을 것’이라는 단서를 붙인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은 졸업증명서와 어학증명서를 돈을 들여 다시 뽑는 수고를 해야 했다.

지방임기제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바람은 별다른 게 아니다. 면접도 보기 전에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원본 서류라면 e메일로 지원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지원서에 허위 사실을 쓸까 우려해서 그럴 수는 있다고 해도 원본 서류는 면접할 때 지원자가 내도 늦지 않다. 살면서 한 번 볼까 말까 한 우편통상환이나 인지대를 동봉하도록 하는 응시수수료 관행도 그렇다. 대한민국은 전자상거래가 발달한 나라다.

전임자를 뽑기 위한 ‘들러리’ 취급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면접도 보지 못하는 처지에 ‘꼰대’ 방식의 서류전형에 몸만 피곤하고…. 청년 취준생은 고달프다. 지자체들이 조금만 더 이들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노지현 사회부 기자 isityou@donga.com
#임기제공무원 채용#취업준비생#청년실업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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