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의 뉴스룸]예의주시해야 할 印尼와 馬聯의 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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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형 국제부 기자
이세형 국제부 기자
동남아시아 대표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최근 사회적 변화를 두고 심상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종교, 말레이시아는 인종과 관련된 갈등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 나라가 동남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 해당 지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 전체에 적잖은 충격을 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인구 2억6000만 명의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그동안 온건주의 이슬람 성향으로 타 종교와 문화에 개방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극단주의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세력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슬람수호전선(FPI) 같은 강경 단체는 국민감정을 자극하며 중국계 기독교인으로는 처음 자카르타 주지사 자리에 올랐던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일명 아혹)를 꾸란을 모독한 혐의로 구속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난달 열린 재판에서 인도네시아 법원은 보호관찰 2년을 구형한 검찰보다 훨씬 강화된 징역 2년을 선고해 국제적으로 논란을 빚었다.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생활의 변화’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유치와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그동안 관대했던 음주와 해외 대중문화 유입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국 무슬림들의 자유연애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자국 전체 인구의 1% 정도에 불과하지만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중국계에 대한 증오를 키우는 작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여전히 소수지만 과거처럼 이들의 주장을 철저히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미 인도네시아 주류 사회가 극단주의 단체의 요구를 듣고 있고, 이들의 영향력이 커져 정치적으로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말레이시아는 소수민족인 중국계와 인도계에 대한 차별로 계속 곪아 가고 있다. 인구의 다수를 점하는 무슬림 말레이계에 대한 노골적인 우대 정책이 수십 년간 유지되는 게 문제다. 공무원과 국립대 신입생을 말레이계 중심으로 뽑는 건 이제 특별한 차별도 아니다. 최근에는 정부보조금이 들어가는 사업을 말레이계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해 논란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능한 중국계와 인도계들은 유학이나 해외 취업을 떠난다. 그리고 가급적 모국으로 돌아오려 하지 않는다.

말레이시아는 전통적으로 인도네시아보다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이 더 강했다. 이 나라의 이슬람 강경파들이 사회에 만연한 소수계 차별 분위기와 정책을 악용해 근본주의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일각에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근본 체질’이 중동 지역 나라들과는 달라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4일 폐막한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랴미자르드 랴쿠두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은 “동남아에만 이슬람국가(IS) 추종자가 20만여 명에 이른다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계엄령까지 선포하며 자국 내 IS 추종 반군 단체 ‘마우테’와 싸우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로 동남아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동남아와 경제·문화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교류도 활발한 한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 지역 국가들의 사회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이슬람#무슬림 말레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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