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택 칼럼]특검의 ‘오버’를 법원이 견제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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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여론과 경제 살리기 놓고 고민하다 특검이 넘겨버린 공…
법원의 현명한 판단 요구된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없고 법리적 다툼 많은 사건에서
불구속 재판으로 피고인 방어권 보장해야

황호택 고문
황호택 고문
 특검은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을 엄단하라는 국민여론에 힘입어 정유라 씨(21)의 부정입학, 블랙리스트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기업인들에게 포괄적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며 거칠 것 없이 질주하고 있다. 헌재의 신속한 심리를 지원하기 위해서도 특검이 속도를 낼 필요는 있다. 그러나 최근 사건 처리에서 의욕 과잉에다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기회를 놓치고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소홀히 다루는 느낌이 있다.

 덴마크 검찰이 이번 주말에 최 씨의 딸 정 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하더라도 정 씨가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소송을 이어간다면 송환까지는 1년 넘게 걸릴 수도 있다. 이런 사태가 오기 전에 정 씨는 “불구속 처리를 해준다면 귀국해 수사를 받겠다”며 변호인을 통해 특검과 사법거래를 시도했다고 한다. 특검은 대변인 발표를 통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정 씨는 법리(法理)대로 따지면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건의 공범이다. 정 씨가 한 일은 어머니와 이화여대 입시 관계자들이 짜놓은 각본에 따라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받은 금메달을 들고 가 보여준 것이 전부다. 과거 사립대의 부정입학사건 수사에서도 학부모와 교직원들만 처벌했지 학생은 손대지 않았다. 죄가 있다면 부모의 비뚤어진 교육열에 있을 것이다.

 최 씨는 국정 농단의 유력한 증거인 태블릿PC도 자기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검에 나와서도 수사에 비협조적이고 최근에는 “폭언을 당했다”며 특검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이처럼 꽉 막힌 상황에서 정 씨가 입국해 수사에 적극 협조한다면 ‘인질 효과’로 최 씨의 태도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는 플리바기닝(사법거래) 제도가 없지만 특검이 융통성을 발휘해볼 만했다.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뒷받침할 최 씨의 국정 농단 수사가 아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았으나 특검은 출국금지 일시 해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영장을 청구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이 트럼프 차기 미 대통령 정부 및 재계 인사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 차단한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 수사와 재판은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으면 불구속이 원칙이다. 삼성그룹 서초동 사옥을 3차례나 압수수색해 인멸할 증거가 남아 있을 것 같지 않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놔두고 도주할 우려도 없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은 수사대상을 14가지로 한정했다. 이 14가지에 해당하는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도 수사할 수 있다. 블랙리스트 수사도 여기에 해당한다. 결국 특검에 걸리는 모든 것이 수사 대상이 된다. 의욕은 좋지만 박근혜 정부의 과오를 전부 들춰내 손보려다간 정작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집중력을 흩어놓지 않을까 걱정이다.

 박영수 특검이 박 대통령의 탄핵과도 관련된 이 사건 수사에서 국민의 칭송을 듣고 싶을 것이다. 윤석열 특검 파견검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을 의욕적으로 수사하다 눈 밖에 나 3년 동안 한직을 맴돌며 와신상담했다. 나는 박영수 특검의 성공과 윤 검사의 명예회복을 바라지만 뭐든지 지나치면 반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특검은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돈은 제3자 뇌물로 봤고, 최 씨의 독일 법인에 송금한 돈에는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했다. 그렇지만 미르·K스포츠재단에는 53개 기업이 규모에 따라 돈을 냈는데 민원이 있는 기업만 기소하는 선별처리가 법원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을지 의문이다. 삼성이 최 씨의 독일 법인에 돈을 보낸 시기도 박 대통령이 이 회장을 독대해 “승마 지원이 왜 더디냐”고 질책에 가까운 말을 한 뒤다. 세무조사와 기업규제권을 쥐고 수사기관까지 움직일 수 있는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독대를 하면서 정유라 지원을 요청했을 때 이를 거부할 기업인이 한국적 현실에서 누가 있겠는가. 그래서 검찰도 고심 끝에 기업인들을 피해자로 보고 박 대통령과 공범관계인 최 씨에게 강요죄를 적용한 것이다.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많은 사건에서는 불구속 재판을 통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해주는 것이 형평에 맞다. 특검도 국민여론과 경제 사이에서 고심하다 법원 쪽으로 공을 넘겨버린 것 같은데 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황호택 고문 hthwang@donga.com
#최순실 국정 농단#이재용#박영수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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