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임우선]알리바바 마윈 회장 같은 교육부 장관이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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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지난 주말 라디오를 켜고 운전을 하는데 흥미로운 해외 뉴스가 들렸다.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이 10일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교육 자선사업에 매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문득 수년 전, 이제는 오래돼 제목조차 기억나지 않는 다큐멘터리 속에서 그가 열정적인 몸짓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던 모습이 떠올랐다. 맞다. 그는 교사였다.

지금은 4200억 달러(약 472조 원) 규모의, 중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를 이끄는 중국 최고의 부호지만 알리바바 창업 전 그는 영어교사였다. 어려운 집에서 자라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지만 4수 끝에 사범대에 진학했다. 그래서인지 마 회장은 기업인으로 변모한 뒤에도 교육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 왔다.

그의 발언과 행보들을 보면 어지간한 교육부 장관보다 낫다. 그는 ‘농촌 교사들이야말로 중국서 가장 큰 선행을 하는 사람들이다. 시골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보안관이자 보모이며, 가장이자 의사선생님이다’라고 교사의 존재 가치를 알아주고 그들의 소명의식을 일깨웠다. ‘국가의 교육 수준을 보려면 최고 학교가 아닌 최저 수준 학교를 살펴봐야 한다’, ‘가장 우수한 사범대 졸업생이 지역교사가 돼야만 지역교육이 강해질 수 있다’며 질 높은 공교육을 강조했다. 소외지역의 우수교사 유치를 위해 마윈재단을 통해 매년 우수 농촌교사 100명을 뽑아 3년간 10만 위안(약 1680만 원)씩을 지원하기도 한다. 그의 웨이보 계정 이름은 ‘동네 교사들의 대변인―마윈’이다.

동시에 그는 중국의 미래를 위한 우수 인재 양성에도 힘썼다. 자신의 고향인 항저우에 세운 중국 최고의 비영리 사립학교, ‘윈구학교’가 대표적이다.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5명에 불과한 전교생 3000명 규모의 이 학교는 초일류 교사진을 자랑한다.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교사 10명 중 4명은 해외에서 5년 이상 교사 경험을 한 이들로 뽑는 식이다. 학생의 잠재력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맞춤형 수업을 진행하고 알리바바의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최첨단 기술교육도 접목한다.

사실 기업가 중에는 은퇴 후 교육사업에 매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의 빌 게이츠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뜻있는 기업가들이 기업가로서의 열정을 교육으로 이전시켰다. 기업가들이야말로 세상의 변화를 맨 앞의 뱃머리에서 느끼는 사람들이고, 그 바람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인재를 확보해야 할지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때로 교육에 대한 기업가들의 비전은 교사, 관료를 훨씬 능가할 만큼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최근 잇따른 교육계 인사를 보며 아쉬운 점은 바로 이런 것이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운동에 투신하다 정계에 입문한 정치인이다. 새 대통령교육비서관에 임명된 이광호 경기도교육청 장학관 역시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다 경기지역 혁신학교 정책을 주도했다. 전국 초중고교 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1급)에는 전교조 조직국장 출신으로 4년 6개월간 해직됐던 이력이 있는 충북도교육청 김성근 장학관이 임명됐다. 모든 교육계 인사가 ‘노동’, ‘민주화’, ‘전교조’, ‘혁신’ 등 정치의 무한 도돌이표로 느껴진다.

노동과 민주화는 소중한 가치다. 하지만 그것이 교육의 전부가 될 순 없다. 미래를 살아갈 2018년의 아이들에게는 더 다양한 비전과 그에 맞는 교육이 제공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 교육계는 인사부터가 1980년대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 세계가 미래교육을 향해 달리는데 우린 아직도 여기다. 중국의 스승의 날인 오늘, 교육인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윈 같은 인물이 부러운 이유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알리바바#마윈 회장#교육 자선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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