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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전성철]은산분리 규제 완화 행사 장소 갑자기 바뀐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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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전성철]은산분리 규제 완화 행사 장소 갑자기 바뀐 이유는?

전성철 정치부 차장 입력 2018-09-07 03:00수정 2018-09-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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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철 정치부 차장
외부에 공개하는 대통령 행사는 그 자체가 중요한 국정 메시지다. 청와대가 어떤 현안에 관심이 있는지 국민에게 알리는 것은 기본이고, 행정부나 국회를 향해 정책 또는 입법 추진을 촉구하는 기능도 한다.

메시지는 명확해야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행사 담당자는 늘 디테일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챙긴다. 지난달 7일 문재인 대통령의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도 그랬다.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행사 장소는 당초 광화문 케이뱅크 사옥이었다. 탁현민 선임행정관 등 대통령비서실 관계자들이 관행대로 행사장 부스 설치부터 행사 내용까지 전 과정을 직접 챙겼다.

하지만 행사 장소는 문 대통령 방문 직전에 갑자기 서울시청 시민청으로 바뀌었다. 행사 참여 업체들은 급하게 바뀐 장소에 새로 부스를 설치했다. 바뀐 것은 장소만이 아니었다. 청와대는 당초 인터넷전문은행에 출자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들에게 참석이 가능할지 물었지만 행사 직전에 오지 말라고 다시 알렸다고 한다.

대통령이 방문하는 행사 장소와 참석 대상자가 갑자기 바뀐 이유에 대해, 청와대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여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민간기업 사옥에서 행사를 여는 일이나, 관련업체 최고경영자들이 동석하는 일이 자칫 청와대가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려 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고 우려했을 거라는 이야기다.

정확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 이처럼 시간과 비용을 들였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반대해온 일부 여당 의원은 행사 불참으로 항의했다. 행사 이후 금융위원회 등 정부 측 인사들과 여당 지도부가 관련 법 개정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하지만 민주당은 끝내 당론을 정하지 못했고 청와대가 원했던 8월 임시국회 회기 내 법안 처리는 불발됐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패키지 딜’로 묶인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민생 법안까지 덩달아 발이 묶였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고도 법안 처리가 늦어진 이번 일은 메시지가 아무리 좋아도 충분한 소통 없이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 행사 메시지를 다듬는 일만큼 반대 세력을 설득하는 데 공을 들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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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비롯한 행정부가 각종 개혁 이슈를 주도하고 여당은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모습도 고민할 대목이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여당 내부의 반대에 부딪힌 다소 이례적인 케이스다.

반면 개혁 현안 중 상당 부분은 국회에서 야당을 설득해야 가능한 일들이다.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검찰 개혁만 해도 그렇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6월 말에 이미 정부서울청사에서 합의안 서명식을 열고 구체적 개혁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는 정작 이를 실행할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여태껏 제출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당 내부에서조차 “법을 바꿔야 가능한 일을 정부 부처끼리 합의하고 발표부터 한 건 문제다. 이래서 야당 설득이 가능하겠느냐”는 불평이 나온다.

지난달 말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된 이후, 당청이 이전보다 자주 만나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해찬 대표도 ‘불통’ 이미지를 의식한 듯, 틈날 때마다 야당과 협치를 다짐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올 정기국회에서 결실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전성철 정치부 차장 dawn@donga.com
#은산분리 규제 완화 행사#인터넷전문은행#규제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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