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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동정민]프랑스 캉 전쟁박물관에서 떠올린 답답한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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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동정민]프랑스 캉 전쟁박물관에서 떠올린 답답한 한일관계

동정민 파리 특파원 입력 2018-09-05 03:00수정 2018-09-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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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파리 특파원
프랑스와 독일의 역사적 배경은 한국 일본과 자주 비교된다. 프랑스와 한국 둘 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일본에 점령당한 아픔이 있다.

올해로 개관 30주년을 맞는 프랑스 북부 도시 캉에 위치한 전쟁박물관을 지난 주말 방문했다. 캉은 독일군 몰락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펼쳐진 곳이다.

연간 65만 명이 찾는 유명한 이 박물관에서 놀란 건 기록의 방대함과 역사를 바라보는 담담한 시선이었다.

기념관 앞에는 침략국인 독일 깃발도 나부끼고 있었고 독일어 가이드도 친절하게 구비돼 있었다. 감정적으로 분노를 유발하는 자극적인 장치는 없었다.

제1차 세계대전 종료 후 2차대전으로 가게 된 정치 경제적 배경, 레지스탕스는 어떻게 나치 침략에 저항했는지 등을 전쟁 유품과 기록으로 주관적 판단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프랑스 내부의 친나치 정권이던 비시 정권의 통치와 몰락 과정도 숨김없이 객관적으로 적시하고 있었다.

프랑스가 이처럼 굴욕의 역사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된 건 독일의 철저한 반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아르메니아를 방문하자마자 1차대전 당시 동맹국이던 오스만제국 주도로 자행된 대량학살 피해 기념비를 방문해 반성의 의미로 헌화했다. 하이코 마스 외교장관은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찾아 “나치 행위에 대한 독일의 책임은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사과했다. 요아힘 가우크 전 대통령은 1차대전 때 자국 군대 패배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아미앵 전투’ 100주년 기념식에 참가했다. 지난 한 달간 독일이 과거사와 관련해 한 일련의 행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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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어떤가. 캉 전쟁박물관에선 2차대전 당시 독일과 동맹이던 일본의 대아시아 침략도 별도로 다루고 있다. 그 코너에서는 15세 이상만 시청이 가능한 동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일본의 난징 침략과 대학살을 다룬 영상이었다. 당시 집 안에 들이닥친 일본군에게 부모가 죽고 언니 두 명도 강간 후 살해당하는 것을 숨어서 지켜본 중국인 여성의 생생한 증언과 중국인 교수의 해설이 담겨 있었다.

박물관 어디에도 위안부 피해자나 강제노동 같은 당시 한국의 이야기는 없었다. 한국 위안부 문제는 프랑스에서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일본의 집요한 방해 탓이다. 3월 프랑스 하원 의사당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증언 자리가 마련됐지만 참석한 의원은 프랑스 상원과 하원의 한-프랑스 친선협회장 등 두 명뿐이었다. 일본대사관에서 다른 의원들에게 참석하지 말 것을 종용했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참석한 카트린 뒤마 상원의원 역시 “오늘 전까지 이 문제를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아시아경기에서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딴 김학범 U-23 축구대표팀 감독은 3일 입국 소감에서 “경기 전 우리 선수들에게 ‘일장기가 우리 태극기 위에 올라가는 건 눈을 뜨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고 털어놓았다. 속이 시원해지는 사이다 발언이다.

그래도 2차대전의 가해자와 피해자인 독일과 프랑스가 함께 유럽 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모습은 내심 부럽다. 두 나라는 유럽을 하나로 묶는 큰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며 미국과 중국, ‘빅2’로부터 이익을 보호하며 톡톡히 실리를 챙기고 있다. 반면에 한일은 늘 과거사 문제가 발목을 잡으며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일본이 독일 같아지는 날이 올까. 만에 하나 그런 날이 온다면 한국은 프랑스 같을 수 있을까.
 
동정민 파리 특파원 ditto@donga.com
#프랑스 캉 전쟁박물관#제2차 세계대전#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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