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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윤완준]패권 경쟁 몰두하는 美-中 북핵은 ‘카드’에 불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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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윤완준]패권 경쟁 몰두하는 美-中 북핵은 ‘카드’에 불과한가

베이징=윤완준특파원 입력 2018-08-29 03:00수정 2018-08-29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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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미국은 북핵 문제에서 분명 중국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중국이 돕는다고 (미국이) 무역전쟁을 하지 않을 것도 아니에요. (미중) 무역전쟁은 전략 차원의 문제입니다.”

27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의 우바이이(吳白乙) 소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국무원 직속 중국사회과학원 소속 전문가들이 ‘미중 무역 마찰을 객관적으로 보기’라는 주제의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였다.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미국을 위해 뭘 해줬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안 하겠다’며) 감사하다고 하지도 않을 겁니다. 이미 증명된 사실입니다. 내가 근거 없이 추정하는 게 아니에요.”


미중 무역전쟁을 북핵 문제보다 상위 개념, 즉 전략적 문제라고 강조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하면서 “중국이 미국의 강한 무역 방침 때문에 비핵화를 돕지 않는다. 미중 무역관계(마찰)가 해결된 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가능하다”며 미중 무역전쟁과 북핵 문제를 연결시켰다.

트럼프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북핵 문제를 끌어들였다. 우 소장이 직시한 대로 무역전쟁은 미중이 사활을 건 전략적 패권경쟁이다. 단순히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분쟁이 아니다.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 지위를 위협하는 중국의 굴기(굴起)를 막기 위해 유례없는 공세적 억제 전략으로 중국을 포위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핵심 이익 포기를 강요하는 양보는 생존과 직결된다고 본다.

우 소장은 무역전쟁과 북핵 문제를 관련시키는 것이 의미 없다고도 주장했다. 중국 정부도 두 문제를 연결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애초 중국 시진핑(習近平) 지도부는 대북 제재에 동참해 트럼프를 도우면 무역전쟁을 피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대북 제재를 엄격히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해온 중국 지도부는 그럼에도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정말 시작하자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우 소장이 “이미 증명된 사실”이라고 한 대목은 이를 가리켰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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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에서 트럼프를 도왔는데도 무역전쟁을 일으켰으니 중국이 무역전쟁 해결을 위해 북한 문제에서 미국을 도울 이유가 없어졌다는 뜻도 된다.

결과적으로 미중이 사활을 건 무역전쟁을 지속하는 한 북핵 문제가 무역전쟁의 하위 종속 변수로 전락할 위험은 상존한다. 문제는 무역전쟁이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무역전쟁이 장기화 정도가 아니라 일상화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밀리면 죽는다’는 미중 간 전략 패권경쟁이 미중 관계의 신창타이(新常態·new normal)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통한 중국 억제 전략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북한 카드를 흔든다고 인식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실질적인 비핵화를 돕기보다 북-미 협상 과정에서 중국의 이익과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북-중 밀착에 골몰하고 있다고 여긴다.

북핵 문제가 미중 국익이 정면충돌하는 전략 패권경쟁의 패가 될지 모르는 벼랑 끝에 섰다.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 역할만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새로운 위험이 다가온 것일지 모른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미중#무역전쟁#북핵#트럼프#신창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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