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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임우선]300만원 줄 테니 중소기업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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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임우선]300만원 줄 테니 중소기업 가라고?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입력 2018-08-28 03:00수정 2018-08-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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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지난주 교육부에서 내놓은 보도자료 중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묻힌 정책이 있었다. ‘고교 취업연계 장려금, 첫 지원’이란 제목의 자료였다.

교육부는 “올해 처음으로 중소기업에 취업한 현장실습 참여 직업계 고3 학생에게 돈을 줄 것”이라며 “저소득층 학생부터 1인당 300만 원을 일시금으로 주는데 단 6개월 이상 중소기업에 의무적으로 다녀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라고 밝혔다. 총 2만4000명에게 720억 원을 줄 예정이다. 만약 6개월 전에 그만두면 300만 원은 반납해야 한다.

또 돈으로 해결인가. 고구마를 삼킨 듯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직업계고 학생의 중기 취업 장려를 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다. 하지만 이런 일차원적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직업계고 학생들은 300만 원만 주면 중기에 갈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300만 원을 토해 내기 싫으면 마음에 안 들고 부당한 처우를 받더라도 6개월을 버티란 건가?’, ‘만약 학생들이 6개월만 다니고 그만두면 720억 원은 허공으로 날아가는 건가?’ 취업의 질과 일자리의 지속성 측면에서 의구심만 들었다.

교육부에 의도를 물었다. 교육부는 “최근 잇따른 사고로 직업계고 학생의 현장실습 제도가 바뀌었다. 근로 대신 교육만 허용하다 보니 학생들이 월급을 못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실습 대신 아르바이트를 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중기 취업연계 및 국가인력 양성 차원에서 예산으로 당근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돈이야말로 그간 직업계 학교 관계자들이 원했던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얘긴 달랐다. 고졸취업 전문가인 박상현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직업계고들의 가장 큰 고민은 교육부가 직업계고 재정지원 평가를 할 때 취업률과 고용유지율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본다는 것”이라며 “학교들이 이런 장려금이라도 받아 중기 취업률을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업계고 졸업생이든 대졸자든 괜찮은 일자리로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은 똑같다”며 “300만 원을 준다고 중기에 계속 다니는 것도 아니고 고용률을 높일 만한 정책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영민 숙명여대 인적자원개발대학원 교수는 “교육부가 가장 쉬운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기 쪽으로 인력을 보내긴 해야겠는데, 정부 입장에서 가장 쉬운 대상은 직업계고 학생들이란 것이다. 보조금을 줘서 유도하는 방식도 가장 간편하다.

땜질식 ‘대책’이 아닌 고심한 ‘정책’을 내놔야 하지만 교육부가 지난달 내놓은 ‘평생직업교육훈련 혁신방안’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이 장기 마스터플랜은 4차 산업혁명 등 사회 변화에 국민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까지 선정됐다. 하지만 중장기적 취지만 있을 뿐 실효성 있는 구체적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 기자가 받아 본 마스터플랜 자료집은 ‘이상적인 거대담론으로 점철된 두툼한 서류더미’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세부과제는 대부분 기존 정책을 짜깁기한 것이었다. 교육부가 산업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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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런 것이야말로 국가교육회의에 물어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댔어야 했다. 하지만 국가교육회의는 ‘수시 대 정시 비율은 몇 대 몇?’ 따위를 위해 온 국민 토론회를 여느라 진짜 마스터플랜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우리 교육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유효기간 6개월짜리 혈세 720억 원을 허공으로 흩날리는 것, 그것이 최선의 대책인 현실이 개탄스럽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중소기업#고졸취업#고교 취업연계 장려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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