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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정원수]국회의 17년 ‘시간 끌기’… 특수활동비 내역 공개를

정원수 정치부 차장 입력 2018-05-22 03:00수정 2018-05-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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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수 정치부 차장
“교섭단체나 위원회 등의 고도의 정치활동과 의원외교 등의 특수한 의정활동에 지원되는 경비로서 상세 내역이 공개되는 경우 국회 본연의 정치 및 정책 형성 등의 기능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2015년 5월 참여연대가 국회 사무처에 ‘2011∼2013년도 18·19대 국회의 의정지원, 위원회 운영지원, 의회외교, 예비금 명목의 특수활동비 상세 지출 내역을 달라’는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그러나 국회는 이 같은 답변을 보내면서 비공개했다. 2004년 대법원이 “기밀유지가 필요한 내용이 없어 공개하더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없다”고 했지만, 국회가 이를 다시 무시한 것이다. 이 때문에 매년 90억 원 안팎의 지출 내역이 여전히 베일 속에 있다. 비공개 사유도 매번 똑같았다.

그러나 사실 이는 의도적인 지연 전략일 뿐이다. ‘비공개 결정→이의신청 기각→소송 불복→대법원 확정 판결 뒤 공개 거부’라는 절차를 통해 2, 3년 정도 시간을 끌 수 있다. 그 사이 국회는 임기가 끝나 다시 국회의원을 뽑기 때문에 현직 신분으로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국회가 조세 분야에서 국내 최고 로펌 소속 변호사까지 변호인단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세금 낭비를 감시하려는 소송에, 세금으로 방패막이 변호사를 구한 것이다. 재판 과정을 되돌아보면 납세자이자 주권자인 국민을 더 뿔나게 만드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관련 항소심 재판 때 국회 측 변호인단은 국회 속기록에 “특수활동비는 비공개해야 한다”는 취지의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에 아예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 이 재판은 결국 한 차례 변론만으로 끝났다. 참여연대와는 별도로 20대 국회의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 공개 소송을 진행 중인 한 변호사는 “국회는 재판 때 늘 궤변만 늘어놓았다”고 했다. 심지어 재판장이 국회 측 변호인단에 “어떻게 세금을 쓰면서 증빙을 안 하려고 하느냐”고 핀잔을 주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대법원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하급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다. 심리불속행은 쉽게 말해 대법원에서 더 판단할 사유가 없어 기각하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은 즉시 효력이 있지만 국회는 공개를 계속 미루고 있다. 참여연대 문의에 국회는 처음에 “개인정보를 가리는 문제로 단시일 내에 어렵다”고 답했다. “시간이라도 정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를 받고서야 최근 “24일, 언제까지 공개가 가능할지만 알려주겠다”고만 했다고 한다.

국가정보원과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불법 사용한 두 전직 대통령이 수사를 받았고,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일부 특수활동비를 일자리기금으로 전환했다. 2001년 국회 특수활동비 공개를 처음 주장했던 참여연대 공동대표였던 박은정 변호사는 현 정부 들어 김영란법 위법 여부를 관리 감독하는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도 국회는 다른 기관의 특수활동비는 정비하겠다고 하면서 국회 내부 문제는 함구하고 있다. 그 대가로 20대 국회는 지금 막다른 골목에 내몰려 있다. 시민단체는 국회가 공개를 미루는 기간만큼 이행강제금을 물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만약 국회가 공개한 내용이 부실하고, 국회가 공적인 사용 목적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수사기관에 고발될 수 있다.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한 20대 국회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이제라도 모든 관련 소송을 먼저 취하하고, 특수활동비 상세 내역을 공개한 뒤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
 
정원수 정치부 차장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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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활동비#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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