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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황인찬]우리라고 ‘현송월 밥값’ 따지고 싶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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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황인찬]우리라고 ‘현송월 밥값’ 따지고 싶겠나

황인찬 정치부 차장 입력 2018-02-01 03:00수정 2018-02-0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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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정치부 차장
현송월이 다시 온다. 강릉아트센터와 서울 국립극장 공연을 위해서 6일 두 번째로 방한한다. 지난번 방문은 떠들썩했다. 정작 현송월은 별말 안 했는데 우리 사회는 시끄러웠다. “북한의 선전전에 홀렸다”는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현송월의 일거수일투족에 묻혔다.

이번엔 140여 명의 삼지연관현악단원도 같이 온다. 지난 방문보다 훨씬 시끄러울 듯하다.

현송월에게 저번 방남 때 제비집 게살 수프, 어향소스 가지 새우 등 10만 원이 훌쩍 넘는 호텔 코스 요리를 대접했던 정부가 갑자기 김치찌개나 비빔밥을 내밀 수는 없을 것이다.

현송월을 비롯해 한국에 오는 북한 인사들의 밥값 등 체류 비용은 모두 남북협력기금에서 집행된다. 남북한 주민 왕래, 교역 및 경제 협력을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1990년 남북협력기금법이 제정됐고 이듬해 기금이 조성됐다. 정부 출연금, 기금 운용 수익 등으로 마련된 올해 사용 가능한 기금은 9624억 원이나 된다.


방남한 북측 인사에게 기금이 투입되는 것에 법적 문제는 없다.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냉담하다. 김정은 신년사 이후 한 달 동안 남북 교류가 어느새 일상처럼 됐지만 북한이 우리에게 보여준 태도엔 여전히 진정성과 성실함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현송월의 방문 취소에 이어 금강산 합동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도 사과는커녕 해명조차 하지 않았다.

정부의 기금 집행 방식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도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정부는 “평창 교류에 남북협력기금이 투입될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정작 기금 집행 결정을 위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지 않았다. 우선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가 확보한 평창 예산에서 결제하고 나중에 교추협을 열어 기금을 확정해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둘 다 정부 돈인데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 쓰듯 먼저 쓰고, 사후 정산하는 식이다 보니 현송월의 지난 1박 2일 방남에 정부 예산을 얼마 썼는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아직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평창 올림픽 기간 중이나 폐막 후에나 정산할 예정이다. 총액은 그때 가서야 나온다. 남북 교류 명목으로 앞으로 얼마나 더 기금이 들어갈지도 알 수 없다. 이런 식은 기금 운영의 타당성을 제대로 따져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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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은 북한이 평창행을 검토하겠다고 선언한 후 한 번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고사하고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성의를 보이지 않았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피로감이 쌓여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치레를 하라는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눈치를 봐가면서 북핵 긴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평창 모멘텀을 만들려고 하는데, 김정은은 모른 척하고 있다는 데 대한 서운함과 회의감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은 문 대통령이 차려 놓은 ‘평창 밥상’을 지금까지 잘 먹었다. 그렇다면 최소한 밥값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개막을 코앞에 둔 평창 모멘텀은 지금부터 본격화된다. 북한이 지금이라도 돌연 행사 취소 같은 몽니 부리기를 그만두고 도발 중단 가능성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여야 현송월 밥값에 쓰인 남북협력기금을 둘러싼 논란도 잦아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라고 손님맞이에 쓴 돈 갖고 왈가왈부하고 싶겠는가.
 
황인찬 정치부 차장 hic@donga.com


#현송월 밥값#삼지연관현악단원#정부의 기금 집행 방식#북한 비핵화#평창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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