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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이진영]불편한 뉴스와의 뜻밖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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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이진영]불편한 뉴스와의 뜻밖의 만남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입력 2018-01-25 03:00수정 2018-01-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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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페이스북의 고민이 깊다. 러시아가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 대선에 개입한 사실을 확인한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새해 “페북을 뜯어고치겠다”고 약속했다. 22일엔 회사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가짜 뉴스, 확증편향, 정치적 혐오 발언 등등의 문제를 나열한 후 “소셜미디어는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내부 인사의 반성문도 공개했다. 문제는, 뭐가 문제인지는 알겠는데 답은 모른다는 것. 그래서 “시가총액 5000억 달러 회사가 답을 내놔야지 물어보면 어떻게 하느냐”는 비아냥거림을 감수하면서도 함께 해답을 찾자며 ‘소셜미디어와 민주주의’를 주제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블로그 연재를 시작했다.

이 중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글이 눈길을 끈다. 그는 페이스북의 개인화된 뉴스 서비스가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매월 20억 명에게 뉴스를 전파하는 페이스북 뉴스피드는 ‘너에게 가장 의미 있는(relevant) 이야기’를 제공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페이스북이 단기간에 세계 최대 뉴스 플랫폼으로 성장한 비결은 사용자 개개인의 관심사와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뉴스 전달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스타인 교수는 “개인화된 뉴스는 민주주의 관점에서는 악몽”이라며 뉴스 플랫폼이 민주주의에 기여하려면 ‘세런디피티(serendipity·뜻밖의 발견)’가 중요하다고 했다. 평소엔 관심이 없던 분야의 뉴스, 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반대되는 의견들과 우연히 마주치는 기회를 갖는 것, 이것이 민주주의의 핵심 조건이라는 것이다.

보기 싫은 뉴스, 듣기 싫은 견해와의 뜻밖의 만남을 차단해주는 맞춤형 알고리즘은 가짜 뉴스를 퍼뜨리기 좋은 토양이다. 가짜 뉴스는, 그걸 사실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골라 뿌려진다. 사람들은 입맛에 맞는 뉴스를, 진짜든 가짜든, 끼리끼리 돌려보며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고, 편협하거나 잘못된 시각에 갇혀, 사회 양극화를 초래한다.

한국도 지난해 19대 대선 당시 성인 남녀 76.3%가 온라인에서 가짜 뉴스를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톡이나 라인 같은 모바일 메신저가 39.7%,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포함한 소셜미디어가 27.7%였다.(한국언론진흥재단, 성인 남녀 1000여 명 대상 조사 결과)

노성종 싱가포르경영대 교수팀이 지난해 대선에서 ‘가짜 뉴스 효과’(가짜 뉴스에 노출+이를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 못 하는 상황)를 분석한 결과는 흥미롭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선거 정보를 접할수록, 소셜미디어에서 정치적 이견을 회피하는 성향이 강할수록 가짜 뉴스 효과가 높았다. 정치 지식이 많은 유권자들에게 오히려 가짜 뉴스의 효과가 높게 나타났다는 분석 결과는 무섭다. 해외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들에서도 분별력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맞는 가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분석 결과가 종종 확인된다. 기존의 신념을 유지하고 합리화하기 위해 지적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민주주의를 위해 수익성 좋은 맞춤형 알고리즘을 버릴지는 미지수다. 기사 임의배치 논란을 피하기 바쁜 네이버가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형 뉴스 서비스를 포기할 겨를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뉴스 편식은 개인의 정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페이스북이 답을 찾을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다. 소셜미디어 사랑방에서 나와 우리 사회에 중요한 이슈를 만나고, 나를 화나게 만드는 견해들과 부대껴야 한다. 맛집 체험 같은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일이면 몰라도 뉴스는 그러면 안 된다. 끼리끼리만 돌려보는 소셜 뉴스에 반대한다.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ecolee@donga.com


#페이스북#러시아 미국 대선 개입#마크 저커버그#가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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