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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윤완준]중국은 왜 칠보산호텔을 폐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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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윤완준]중국은 왜 칠보산호텔을 폐쇄했나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입력 2018-01-22 03:00수정 2018-01-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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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남북 고위급 대화가 한창 진행되던 9일 낮 12시 반(현지 시간)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에 있는 대표적 북한 호텔인 칠보산호텔 정문에는 직원들이 폐쇄 공고문을 붙이고 있었다. 6일부터 중국은 압록강 부두 일대에서 북한산 수산물 밀수에 대한 전면 단속을 전격 재개했다. 주요 공작 거점이었던 칠보산호텔 폐쇄는 북한에 뼈아팠다. 폐쇄 1주일 전에도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 북한 측 지분을 제3의 중국 기업에 넘기려 안간힘을 썼다. 선양시 당국은 노동분쟁을 이유로 칠보산호텔의 북한 지분을 동결시켰다. 폐쇄 공고문은 이례적으로 선양시 당국의 명령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이처럼 자국의 대북제재 강도를 높이면서도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는 비난한다. 16일 중국 러시아가 빠진 채 한미일 등이 참가해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의(밴쿠버 회의)에서 대북제재 강화를 강조하자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넘어선 독자 제재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흥미로운 사실은 중국 역시 비공식적으로 자국의 독자 대북제재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측 인사는 기자에게 “중국이 ‘안보리 제재 플러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중 무역 단속을 강화하는 것 이외에도 “여러 (대북제재) 방식이 더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안으로는 독자 대북제재까지 가동하면서, 밖으로는 제재 강화가 남북 대화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모순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북 대화가 시작되자 자신의 압박 덕분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대북 압박을 높이라는 트럼프의 요구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받아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무역보복을 ‘협상 칩’으로 흔들었다. 중국의 제재 강화로 북-중 무역마저 막히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한국에 손을 내밀었다. 냉정히 말해 한국은 대화의 원인 제공자가 아니라 결과의 수혜자인 셈이다.

남북 대화가 시작되자 가장 목소리 높여 반긴 것은 중국이다. “오기 어려운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는 중국의 커다란 환영 이면에 불안감도 감지된다. 왕쥔성(王俊生) 중국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소 부연구원은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냐는 문제에 매우 비관적이다. 미국은 최후의 카드를 내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밴쿠버 회의 결과, 그리고 미국 몇 곳에서 (대북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진행된 군사 훈련 등이 전하는 신호는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여전히 북-중 접경지역 경계를 강화하고 있고 미국은 대북 군사 옵션을 버리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는 미국의 압박에 중국이 타협하는 모양새로 대북제재의 접점을 찾았다. 중국학자들은 “중국이 이미 대북제재 강도를 최대한도로 끌어올린 상태”라고 말한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제재 협조가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뜻이다. 남은 옵션인 원유 공급 중단, 해상 봉쇄는 중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카드다. 북한 문제로 미중이 대립하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1년간 미뤄 왔던 ‘미중(G2) 무역전쟁’이 시작되고 양국 관계가 큰 고비를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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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을 고리로 한 남북 대화가 비핵화 협상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북한이 다시 핵·미사일 실험을 감행하면 진짜 재앙이 시작될지 모른다. 한국 정부가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의 각종 남북 화해 이벤트들에 취해 있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칠보산호텔 폐쇄#남북 고위급 대화#중국#대북제재의 접점#미중 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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