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전성철]‘제2의 조두순’ 막을 생각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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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철 사회부 차장
전성철 사회부 차장
14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등록된 ‘조두순’ 관련 각종 청원 글은 5000건 가까이 된다. 조두순 사건이 일어난 때가 2008년 12월. 9년여가 흐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관심이다.

정부와 법원, 국회는 조두순 사건 이후 다양한 성범죄자 처벌, 관리 대책을 수립했다. 전자발찌 부착 기간 상한이 10년에서 30년으로 늘어났고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인터넷 공개가 시행됐다. 아동 대상 성범죄의 최고 형량도 무기징역까지 높아졌고 이른바 ‘화학적 거세’로 불리는 성충동 약물치료 제도도 도입됐다. 또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는 공소시효를 피해자가 성년이 된 날부터 기산하도록 바뀌었다. 법조계에서 ‘아동 대상 성범죄가 살인보다 무거운 죄가 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의 변화다.

그런데도 조두순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 것은 국민이 느끼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경북북부 제1교도소 독방에 수감 중인 조두순은 2020년이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다. 출소 시점에 조두순의 나이는 요즘 기준으로는 노인이라 하기 힘든 68세다. 갓 스무 살이 된 피해자 또는 우리 중의 누군가는 얼굴 한 번 제대로 공개된 적 없는 조두순과 언제, 어디선가 한 번쯤 마주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조두순의 출소에 반대하는 것은 공감 가능한 일이다.

범죄 예방 주무부서인 법무부는 지난 정권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했다. 당시 법무부는 전자발찌 부착 등의 처분만으로는 성폭력, 살인 등 강력범죄자의 출소 후 재범을 막기 어렵다고 봤다. 그래서 2015년 4월 나온 대책이 보호수용법 제정이다. 재범 가능성이 높은 범죄자를 기존 교정시설과는 별도의 시설에 수용해 사회에서 일정 기간 격리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보호수용법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채 사장됐다. 이미 실형을 살고 나온 범죄자를 다시 사회와 격리하는 것은 이중처벌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보호수용이 2005년 폐지된 ‘사회보호법’의 보호감호와 목적, 방법이 비슷하고 개인의 자유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일반 형벌과 다르지 않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반대도 한몫했다.

법무부 캐비닛에 잠들어 있는 보호수용법의 적용 대상은 두 차례 이상 살인을 저지르거나, 세 차례 이상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 그리고 13세 미만 아동에게 성범죄로 무거운 상해를 입힌 이들 가운데 징역 3년 이상의 실형 선고를 받은 경우다. 실수로 사소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과는 무관한 제도다. 이처럼 적용 기준이 엄격한 까닭에 실제 적용 대상 범죄자는 한 해 평균 50여 명에 불과하다. 보호수용 처분의 상한이 7년인 점을 감안하면 줄잡아 최대 400명 정도만 이 법의 적용 대상이다.

보호수용자는 일반 재소자와 달리 무제한 접견과 편지, 전화 통화가 가능하다. 수용자 프로그램도 상담과 심리치료 등 재범을 방지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보호수용 청구와 재판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잘 다듬으면 보호감호와는 질적으로 다른 제도가 될 수 있다.

청와대가 지난해 말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에 대해 “정부의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답했지만 법무부는 입을 닫고 있다. 열심히 법안까지 만들어둔 보호수용의 ‘보’자도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침묵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전성철 사회부 차장 dawn@donga.com
#제2의 조두순#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아동 대상 성범죄가 살인보다 무거운 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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