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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최재경]법조계 상전벽해 일으킬 형사소송 전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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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최재경]법조계 상전벽해 일으킬 형사소송 전자화

최재경 객원논설위원·법무연수원 석좌교수입력 2018-08-16 03:00수정 2018-08-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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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 전자소송 내년 시범 실시, 재판 빨라지고 방어권 보장 커질 것
‘무전유죄’ 키웠던 복사비 줄지만 성범죄 등 개인정보 누출 치명적
불법유출 막을 장치 마련돼 있나
최재경 객원논설위원·법무연수원 석좌교수
정보기술(IT) 강국 대한민국에서 첨단기술의 발달은 우리 삶을 다양하게 바꾼다. 드디어 대법원이 형사 절차에 전자소송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초 서울의 법원에서 부패·경제사건 등 기록 분량이 많은 사건부터 시범 실시하고, 2020년까지 전면 확대할 방침이다.

우리나라에선 이미 전자소송이 활발하게 운용되고 있다. 2010년 4월 특허소송을 시발로 2011년 5월 민사소송, 2013년 1월 가사·행정소송, 2014년 4월 회생·파산 절차, 2015년 3월 민사집행·비송 절차에 전자소송 서비스가 도입됐고 사실상 형사소송만 남은 상태였다.

전자소송을 이용해서 법원 전산망에 사용자 등록을 마치면 가정과 사무실에서 인터넷으로 소장과 증거서류를 작성·제출하고 상대방이 낸 소송서류도 홈페이지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컴퓨터로 기록 열람·발급이 가능하다. 전자문서에 의한 사건 처리와 송달로 신속한 재판이 이루어진다. 인터넷으로 소송정보가 공유되어 절차의 투명성도 보장된다. 법원을 방문할 필요가 없다. 종이 없는 소송으로 사회·경제적 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되며, 친환경이라는 장점도 크다.

이런 이점들 때문에 대한변호사협회는 형사 절차의 전자소송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하지만 형사소송의 경우 범죄에 관련된 개인 정보 유출의 위험성 때문에 대법원은 마지막까지 망설여 왔다. 변호사 업계는 대법원의 결단으로 형사 절차에서 ‘종이 기록’이 사라지는 차원을 넘어 재판 진행이 빨라지고, 피고인의 방어권이 획기적으로 보장되는 등 상전벽해의 큰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사실 형사 기록을 종이로 복사하는 기존 시스템에서는 복사 자체가 큰일이었다. 피고인 측은 검찰 증거 기록 꾸러미를 한 장씩 복사한다. 사건 관계인의 개인 정보는 테이프로 붙이거나 칼로 오려내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형 사건의 기록 복사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다. 형사재판 1회 기일은 기록 복사 지연 때문에 연기되기 일쑤였고, 기록 제공을 둘러싼 검찰과 피고인 측의 신경전도 다반사였다. 기록이 방대하면 복사 비용만 수천만 원이 들어간다. 가난한 피고인은 변호사 비용에 복사 비용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속설은 더욱 힘을 받았다.

앞으로 사건 기록이 전자사본으로 제공되면 피고인과 변호사가 신속하게 기록을 검토한 뒤 방어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키워드 검색 기능을 사용하면 종이 문서를 뒤지며 해당 부분을 찾다가 시간을 낭비하는 불편함도 해소될 것이다. 재판부의 기록 검토 시간도 단축되어 재판도 신속하게 끝난다. 기록이 수만 쪽에 달하는 대형 사건의 경우 재판장과 주심판사가 기록을 같이 보기 어렵고 돌려 보다 보면 시간이 걸리는데 전자소송에서는 함께 검토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이 전자화되면서 법원의 사건 처리 기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었다.

다만, 형사소송의 전자화로 범죄 피해자 등의 개인 정보 누설 위험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기록이 파일로 제공되면 복사·공유를 통해 전전 유통되면서 사생활 침해나 명예 훼손을 야기할 위험성이 커진다. 특히 성범죄 사건은 치명적 피해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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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과 검찰은 기록을 전자화할 때 개인 정보를 익명화하고, 불법 유출을 막을 기술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변호사들은 소송에 필요한 범위에서 전자문서를 유통하고,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관계자들의 윤리 의식 제고와 징계 강화 등의 보완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형사 사건에서 전자소송이 본격화되면 로펌과 변호사 사무 인력이 대거 감축돼서 법조계에 대량 해고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전화 받고 손님 응대할 직원 한 명만 있어도 변호사 사무실 운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란다. 우스개겠지만 그만큼 복사 업무의 비중이 컸다는 뜻이다.

기술의 진보가 고용 축소를 가져오는 사례가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형사소송의 전자화는 피하거나 미룰 수 없는 당위이다.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부작용은 없애거나 줄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법원과 검찰, 변호사 업계가 법조삼륜이란 호칭에 걸맞게 합심해서 효율적 형사사법 제도를 만들면 좋겠다.
 
최재경 객원논설위원·법무연수원 석좌교수
#형사소송 전자화#전자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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