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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김석호]개헌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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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김석호]개헌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김석호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입력 2018-04-14 03:00수정 2018-04-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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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개헌 당시 청년들 지금은 개헌 논의의 중심에 서
당시 헌법에 담지 못한 가치를 이번 개헌에 담으려 하지만
현재 청년이 꿈꾸는 미래엔 소홀
김석호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개헌 논의가 한창이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 논란으로 임시국회가 개원 일주일이 지나도록 개점휴업 상태지만 이제 곧 대통령의 개헌안을 놓고 각 당이 줄다리기를 할 예정이다. 헌법은 국가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서 활동의 근본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또 헌법은 특정 시대의 지배적인 가치와 도덕 원리인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물론 헌법이 개정되자마자 급격한 사회 변화가 뒤따르는 것은 아니다. 개정된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는 사회의 중추신경계를 장악하고 말단부까지 시간을 두고 구석구석 침투해 자리를 잡는다. 그렇게 헌법은 우리 삶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조각한다. 따라서 헌법 개정은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를 성찰하며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난도 높은 작업이다.

대한민국의 마지막 개헌은 1987년 제9차 개헌이다. 당시의 시대정신은 독재 종식과 장기집권 저지였다. 정치권은 한 달 만에 대통령직선제 합의를 이끌어 냈으며 시민들은 비록 개헌 논의 과정에서 배제되었지만 그래도 새로운 헌법이 어엿한 민주국가로서 기틀을 세울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직접 선출해 정권교체를 반복한 것 말고는 딱히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이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 빈부격차와 불평등은 꾸준히 심화돼 왔고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관행은 견고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숨기지 않게 되었으며 좌절과 체념 속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찾고 있다. 모든 것을 헌법 탓으로 돌릴 수는 없으나 1987년 개헌 과정에서 미래로 향하는 시대정신을 잘못 읽거나 무시한 결과이다.

한국사회학회가 1986년 수집한 조사 자료를 보면 국민의 70% 이상이 부의 집중과 불평등, 불공정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인권 및 노동권 강화와 실질적인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답하고 있다. 실제로 1987년 민주화투쟁 과정에서 20, 30대 청년들은 대통령직선제 말고도 노동자와 농민의 기본적 권리가 인정되는 세상, 모두가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사회, 시민이 정치적 결정 과정에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 공동체를 열망했다. 그럼에도 개헌 협상을 주도한 정치권은 자신들의 집권 가능성만을 따지며 이러한 시대정신을 외면했다.

시간이 흘러 1987년 시대정신의 대변자였던 청년들은 2018년 개헌의 주체인 50, 60대 정치인이 되었다. 그리고 과거 개헌 과정에서 배제된 시대정신을 현재 개헌 논의에서 펼치려 하고 있다. 대통령직선제에 밀려 제대로 논의조차 없었던 기본권과 평등권, 불평등 해소, 대통령 권력 분산, 실질적 민주주의 제도화, 그리고 지방 균형 발전과 지방분권 등의 의제들이 모두 대통령 개헌안에 포함돼 있다.

대통령의 개헌안은 정치권의 이해득실 계산에 따라 적당히 버무려진 1987년 개헌이 낳은 한국 사회 곳곳의 숱한 부조리를 시정하려는 성격이 짙다. 그러나 개헌이 과거의 오류를 바로잡고 이전의 시대정신을 완성하는 것에 머무른다면 결코 성공한 역사로 기록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개헌 논의에서 다루어질 의제들은 향후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미래의 시대정신에 대한 충분한 고민의 결과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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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개헌안을 보면서 갖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또다시 정치권은 통치구조 논의에 매몰되어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중요한 의제들을 소홀하게 다루는 것은 아닌가? 현재 개헌 논의의 주역들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가, 아니면 미래로 향하고 있는가? 1987년 당시 청년이었던 현재 개헌 논의의 주역들도 과거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현재 20, 30대의 시대정신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노동의 의미가 변하고 일과 여가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유효한 가치인가? 신생아 수가 40만 명에도 못 미쳐 지방 소멸의 위기는 심화되는데 자치재정권의 확대는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적절한 처방인가?
 
김석호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개헌#한국사회학회#대통령 개헌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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