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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이종수]권력에 대한 기대와 추락 ‘롤러코스터’ 멈추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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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이종수]권력에 대한 기대와 추락 ‘롤러코스터’ 멈추려면

이종수 객원논설위원·연세대 행정학과 교수입력 2018-04-10 03:00수정 2018-04-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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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객원논설위원·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정권의 초기 현상과 말기 현상을 관찰해 보면 흥미롭다. 집권 초 하늘을 찌를 듯 위세 높던 대통령은 임기 말 여지없이 대국민 사과를 하러 나온다. 그중 일부는 구속되고, 일부는 자택연금 같은 생활을 하게 된다.

역대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은 참혹했다. 외환위기를 당했던 김영삼 6%를 비롯해 김대중 24%, 노무현 12%, 이명박 21%, 박근혜 4%였다. 이 가파른 추락의 곡선을 생각하면, 요즘 개헌에서 논의하는 4년 중임제도 기대하기 어렵다. 도대체 이 가파른 추락의 곡선을 거슬러 올라 재선에 성공할 대통령이 한국에서 나올 수 있을까? 대통령 임기만 1년 단축하고 레임덕의 사이클을 단축하며 비용만 들이는 건 아닐까? 그리고 8년의 집권 기간을 우리의 유권자들이 견뎌낼 수 있을까?

기대와 추락의 사이클이 반복되는 원인은 명백하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이익에 철저히 부합하는 정당에 표를 주지 않고 막연히 잘해 줄 것을 기대하며 지도자에게 큰 권력을 위임한다. 이 같은 유교식 민주주의는 권력자가 청렴하고 공정하면 사회 갈등과 의사결정의 비용을 줄여 발전을 앞당길 수 있지만, 대통령 스스로 부패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정권 초반의 ‘막연한 기대’는 정권 말기에 ‘구체적인 절망’으로 나타나며, 그 절망은 분노로 폭발한다.

전직 두 대통령이 또 구속되었는데 핵심 죄목은 뇌물수수와 직권남용이다. 이건 법적인 판결일 뿐이고 큰 배경에는 정책 실패가 놓여 있다. 적어도 국민의 구체적인 절망이 분노로 점화되기 전까지 먹구름은 정책 실패에 의해 키워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로 수십조 원에 이르는 국고 낭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세월호 대응 실패와 역사 교과서, 공무원을 아무렇게나 임명하고 자르는 인사 방식에 여론이 등을 돌렸다.

그러나 정책 실패를 법정으로 가져가기는 어렵다. 연관된 뇌물과 직권남용 혐의에 책임을 물을 뿐이다. 정책에 대하여 광범한 재량이 부여되어 있고, 성공과 실패를 판정할 합의가 어려우며, 구체적인 입증도 난해하다. 막대한 정책 실패의 폐해는 고스란히 민초들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대통령들을 구속하는 것으로 미래의 개선이 보장되고 정책 실패를 예방할 교훈이 얻어지지는 않는다. 인간은 이기적 존재이고 가끔 사악한 속성을 더 많이 지닌 존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 대통령 자리를 누린 다음 임기 후에는 무조건 구속시킨다는 헌법을 만들어 놓더라도 대통령 지망자는 줄을 설 것이다. 권력의 일탈을 예방하고 국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공무원들로 하여금 권력의 요구에 대해 ‘노(No)’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필요하다.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는 무엇을 했던가. 아무리 권력이 정책화를 요구해도 공익의 차원에서 관료들은 타당성을 문제 삼았어야 했다.

미래를 위해 고위공무원 인사기구에 독립성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 일본이 합의형 인사기구가 주도하던 기능을 내각부 인사국으로 전환했다가 ‘손타쿠(忖度·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스스로 알아서 행동함)’ 부작용을 겪고 있다. 영국 160년, 미국도 100년 정도 운영해 온 독립적 위원회 기구를 우리가 9년 실험 후 포기한 것은 마라톤으로 치자면 2.4km를 뛰다가 선진국들이 반환점을 돌아온다고 거기 묻어서 돌아온 모습이다.


정책 과정에서는 공무원에게 필요한 절차의 준수 요구권을 부여하고 부당한 지시에 회피를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공무원법 개정안은 상관의 명령이 ‘명백히 위법’한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하고 있으나, 명백히 위법한 경우는 사법 처리의 대상이지 굳이 공무원법에 규정할 필요조차 없는 내용이다.

이쯤 되면 독일 공무원 제도가 생각난다. 1980년대 이후 신(新)공공관리가 휩쓸던 시대에도 효율성 위주의 개혁을 공무원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공무원은 공(公)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것이다. 공이 무너지면 효율성은 사소한 일 혹은 감방으로 직행하는 악의 포장일 뿐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는 듯하다.
 
이종수 객원논설위원·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역대 대통령#유교식 민주주의#정권#정책#독일 공무원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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