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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한규섭]트럼프는 치기 어린 ‘독불장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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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한규섭]트럼프는 치기 어린 ‘독불장군’인가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입력 2018-04-03 03:00수정 2018-04-03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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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수도 인정’처럼 여론 반영한 합리적 선택해
당내 기반 약해 포퓰리즘 성향도
북핵 문제에도 여론 의식한 행보… 韓 정부, 이런 현실 고려한 전략을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많은 북한 전문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를 철없는 치기나 ‘독불장군’식 행보쯤으로 평가한다. 과연 그럴까?

대통령은 정치인이다. 미국 정치에서 여론이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더구나 당내 기반이 취약한 트럼프 대통령은 포퓰리즘적 성향이 강하다.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시각에서 ‘대통령 트럼프’를 보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다. 중동국가들의 격앙된 반응에 이어 미국의 우방들조차 우려를 표했다. 유엔도 ‘128 대 9’로 미국의 결정을 반박했다. ‘독불장군’식 결정이었을까?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hicago Council on Global Affairs)의 2016년 조사결과를 보면 ‘감정온도계’(0∼100도: 0은 비호감, 100은 호감)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호감도’가 60도로 상당히 높았다.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68도에 이르렀다. 12개 조사대상국 중 캐나다와 호주 다음이었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는 1922년 설립된 권위 있는 중립적 싱크탱크다. ‘정치인 트럼프’에게 예루살렘 수도 인정은 여론을 반영한 ‘합리적’ 선택이었다.

같은 시각을 우리 문제에 적용해 보자. 응답자의 73%는 ‘외교정책의 목표’로서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 보호’가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동맹국 방어’(35%)보다 훨씬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북핵 협상의 연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독불장군’식 행보가 아니다. 오히려 포퓰리즘적이다.

그렇다면 북핵 관련 미국 여론은 어떨까? 우선 북한에 대한 호감도는 조사대상국 중 꼴찌인 18도였다. 이란(25도)과 비교해도 아주 낮은 수준이다. 반면 ‘북한의 핵개발’이 미국의 이익에 대한 ‘치명적 위협’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무려 60%로 ‘국제테러리즘’(6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2016년 조사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더 높을 것이다. 반면 ‘남북한의 무력충돌’이 미국에 ‘위협’이 될 것이란 응답은 불과 32%였다. 한국의 안전을 볼모로 한 김정은 정권의 위협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통하지 않은 이유다.

‘단계적 비핵화’ 주장은 받아들여질까? 일본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본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호감도는 63도로 한국(56도)보다 현저히 높다. 캐나다(81도), 호주(77도) 정도를 제외하곤 최고 수준이다. 미국 여론이 일본에 항상 호의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1986년 61도였던 것이 1980년대 후반 양국 간의 무역마찰로 1990년, 1994년 연속 52도로 하락했다. 그러나 2002년 60도를 회복했고 2016년에는 역대 최고의 호감도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협상에서 일본의 입장을 중요하게 고려할 것이란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미국 유권자들이 느끼는 위협의 강도까지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식 비핵화’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상당히 다른 흐름이다.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루어내면서 1998년(50도)까지 꾸준히 호감도가 상승했지만 양국이 대북정책 관련 이견을 노출하며 2002년(46도)과 2006년(44도) 연속 하락했다. 50도를 ‘중립’으로 보는 호감도 척도에서 역대 최악 수준인 현재의 대(對)중국 호감도(44도)와 동일한 수준이었다. 이후 보수정부가 집권한 2010년, 2016년에는 다시 52도와 55도까지 상승했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북한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고르디우스식’ 비핵화 카드를 꺼내 든 기저에는 이런 엄중한 상황 인식이 있었을 것이다.

소위 종미(從美)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북핵 문제에 관해선 트럼프 대통령은 ‘독불장군’이 아니다. 철저히 미국 국내 여론을 반영한 계산된 행보를 하고 있다. 정부의 정확한 현실 인식에 입각한 대북협상 전략을 기대해 본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트럼프 대통령#美 대북정책#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단계적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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