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용하]분배, 복지, 성장의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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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계층의 소득 불평등 심화
복지 지출 키우려면 성장 없인 불가능
정부가 아니라 기업 일자리 늘려야… 분배-성장 선순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최근 발표된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기준 2016년의 지니계수, 소득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지표가 전년에 비해 모두 악화되었다. 지니계수는 0.357로 0.003이, 소득 5분위 배율은 7.06배로 0.05가, 상대적 빈곤율은 17.9%로 0.1%포인트가 상승했다. 변동률 자체는 크지 않지만 2010년 이후 분배지표가 조금씩 개선되는 방향에서 악화로 반전되었다는 것이 문제이다.

소득 분배 이전의 경상소득은 그동안에도 불평등도가 심화되어 왔지만, 소득 재분배가 이루어지고 난 다음의 가처분소득 기준마저 더 불평등해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도는 근로소득 계층 간의 불평등 요인보다 근로연령층과 노령계층 간의 불평등 요인이 더 커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임금 격차는 최근 들어와서 줄어들고 있는 반면에 소득이 없는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른 구조적 불평등 요인이 커지고 있다. 이는 분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복지 지출의 확대가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 그 낙수효과로 분배도 개선될 수 있다. 실제로 역사상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시기인 1980년대 후반기에 분배지표도 가장 양호했고,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가 작동되었다. 그러나 경제성장기의 선순환 구조는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와해되었다.

이때부터 분배지표가 본격적으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복지 지출의 적극적 확대가 이루어지면서 201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악화 추세가 멈추었다 현재 악화로 반전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통과된 2018년 복지예산은 146조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9% 높아졌다. 전체 예산(429조 원)의 34.1%에 달하지만,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을 조금 넘어선 것에 불과하다. 인구 고령화와 양극화 심화 등에 의한 복지 수요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파격적인 복지 확대에도 불구하고 분배지표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금년에 벌써 노인 인구 비율이 14%를 넘어서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통계청 전망대로 2065년에 42.5%에 도달한다면 그야말로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된다. 현재 최고령 국가인 일본의 2017년 노인 인구 비율이 27.8%이고 2065년에 38.4% 수준으로 예상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다.

지속적인 분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복지 확대만으로는 역부족이고 경제성장이 함께 견인해야 가능하다. 복지에 필요한 재원은 경제성장을 통해서만 조달될 수 있다. 특히 노인 인구 비율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에는 기술 혁신을 통한 성장의 엔진이 꺼지는 순간, 복지도 할 수 없고 분배구조도 개선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성장과 분배를 모두 개선할 수 있는 핵심이 일자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성장과 분배의 고리를 연결하는 일자리는 정부 예산으로 만드는 일자리가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여야 생산이 늘어나고 노동소득이 높아지고 이것이 소비 증가로 연결되면서 음식 숙박 도소매 등 서비스 시장도 좋아지고, 이러한 화폐의 흐름에서 새어나온 세금으로 복지가 확대돼야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 지속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7개월간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대기업 규제 강화 등 기업의 투자 의욕과 경쟁력을 감퇴시킬 수 있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선명한 소득주도 성장론과 같은 이념적 노선이 아니라 국민 경제가 근본적으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실용적이면서도 혁신적인 정책들의 추진이다. 성장의 기관차라고 할 수 있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동반 성장하고, 노사가 대립하는 것이 아닌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경제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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