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우영]새 일자리는 뉴칼라가 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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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핀테크 등 분야… 원하는 일꾼은 창의적 실무형 인재
전통적 4년제大 학위, 더 이상 불필요
디지털경제 이끌어갈 공교육 4.0 준비해야

이우영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이우영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앞으로 수백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는 화이트칼라도 아니고 블루칼라도 아닌 ‘뉴칼라(new collar)’에서 나오게 됩니다.” 올 초 세계경제포럼(WEF)에서 IBM의 최고경영자 지니 로메티가 던진 화두다.

인공지능, 핀테크 등 여러 분야에서 필요한 인재는 더 이상 전통적인 4년제 대학 학위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뉴칼라 인재가 필요함을 역설한 것이다. ‘뉴칼라’는 ‘학력과 관계없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하는 근로자 계급’을 일컫는 단어로 연결성과 창의성을 갖춘 실무형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직업 경로(pathway)를 뜻하는 P-테크는 고교-기업-대학을 연계하는 공교육 과정으로, 2011년 IBM이 주도하여 교육청, 인근 대학 등과 손잡고 빈곤층 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뉴욕 브루클린 소재 폴 로빈슨 고등학교에 최초로 설치하였다. 학생들은 학업성취도에 따라 조기에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고 성적 우수자는 입사 서류전형을 면제받는 특전을 받게 된다.

2015년 필자가 방문한 폴 로빈슨 고교는 빈민가에 위치한 낡고 오래된 학교다. 그러나 복도에 걸린 다문화 재학생들의 환한 모습과 IBM에 취업한 흑인 학생이 자랑스럽게 버락 오바마와 함께한 사진에서 공교육의 참모습을 보았다. 미 전역으로 100개까지 확대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최근 디지털 환경에서 공유와 협력을 통해 시제품을 직접 만들어보는 ‘메이커(maker)’ 교육을 도입하였고, 인공지능 왓슨의 ‘티처 어드바이저’를 수업에 활용해 교사들이 최적화된 학습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오바마는 재임 중 공식 석상에서 한국 학생들의 우수한 학업성적을 예로 들며 한국 교육을 본받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러나 이는 한국의 높은 교육열을 부러워한 것이지 과열된 사교육과 입시제도를 부러워한 것은 아니다.

그간 우리의 교육정책은 5년 주기로 사회에 큰 변화와 혼란을 가져왔다. 1990년대의 대학설립준칙주의 및 정원자율화 방침은 고등교육의 급격한 양적 확대로 이어져 고교 단계에서의 직업교육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여러 정부를 거치며 시도한 수많은 정책은 자율성과 공공성, 수월성과 평등주의를 오가며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정책의 성공은 한 가지 요소에서 찾을 수 없다. 역사적 사실에서 보면 어떤 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수많은 실패의 원인을 피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사회 변화의 기류에도 민감하게 대응하여야 한다.

작년 12월 교육부에서 발표한 초중고교 학생들의 희망직업 선호도 변화를 보면 지난 10년간 교사나 의사 등 특정 직업에 쏠리는 현상이 감소하고, 정보보안 전문가 등 과학기술 변화에 따른 이공계 직업 선호가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또한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률과 진학률이 2013년을 기점으로 역전되어 2010년 19%의 취업률에서 2016년 47%의 취업률로 급격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느리지만 ‘학력중심사회’에서 ‘직업중심사회’로 서서히 이동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제는 명문대를 나와도 취업이 어려운 고용 환경과 맞물려 ‘대학 간판은 필수’라는 인식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후 대규모 대학 캠퍼스는 유물이 될 것이다. 평범한 대학들은 생존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처음으로 책이 인쇄되었을 때만큼이나 큰 변화다.” 1997년 피터 드러커는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을 결합한 교육기관들이 새롭게 생겨날 것임을 예견한 듯하다.

첨단 디지털 기술과 교육의 결합은 이미 실리콘밸리와 아이비리그를 중심으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만들어 2조4000억 달러의 세계 교육시장을 선점해 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채용 패턴을 바꾸고 있으며 ‘뉴칼라 일자리’ 수요 증가와 전통적인 학력이 아닌 직업중심사회로의 인식 변화와 함께, 디지털 경제를 이끌어 갈 공교육4.0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한민국은 교육의 결정적 분기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교육에 있어 5년마다 되풀이되는 시행착오의 시험대가 되지 않기를 국민 모두는 바라고 있다. 관점을 바꾸어 새로운 백년대계를 준비한다는 일념으로 지혜를 모아 공교육4.0을 만들어 가자.

이우영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세계경제포럼#인공지능#핀테크#ibm#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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