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용하]지속가능한 포용적 성장을 위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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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겹친 한국경제, 새로운 발전전략 절실
소득 중심 성장에서 고용 중심으로 패러다임 바꾸고 규제와 불공정 혁파해야
정부는 선제적 정책 제시하고 국민과 기업은 기득권 철폐 등 고통감수 준비할 때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새해 들어서도 한국 경제에 적색 경보음이 요란하다. 수출 소비 투자 등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총수요가 모두 위축되고, 지난해 실업자가 100만 명에 이르렀다는 통계는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있었던 물가도 생필품을 중심으로 흔들리고 있지만,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7개월째 1.25%에 동결되어 있다. 국가채무도 누적적으로 증가하는 등 정부의 대응능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정치 불안까지 겹쳐 미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 경제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으로도 밑바탕부터 균열이 있기 때문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한계기업은 증가하고 있으나 구조조정은 지연되고 있고, 제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기술 환경에 대응이 늦어지는 등 새로운 모멘텀은 미진한 상황이다.

 가계는 소득 재분배 구조가 악화로 전환되고, 저금리 기조의 종식과 부동산 경기 침체 전환, 그리고 자영업의 과다 진입과 경쟁으로 가계부채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등 국가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있고, 저출산 고령화 등 중장기적인 위험 요인에 대한 대응도 지연되는 상황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영국과 미국 등 무역 확대를 이끌어왔던 선진국에서부터 국가주의가 득세하면서 통상 마찰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총체적인 붕괴 현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기존의 고도성장시대에 통했던 패러다임만으로는 일본형 장기 침체의 경로에서 탈출하기 어렵다.

 한국 경제의 지속발전을 위해서는 총량적인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고 구조적 균열과 붕괴 현상을 막으면서 중장기적인 위험 요인과 국내외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다보스 경제포럼 등 최근 열린 국제회의에서 공통적으로 ‘지속가능한 포용적 성장’을 새로운 경제 모델로 제시하고 있는바 한국 경제 현실에 적합하게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포용적 성장은 생산과 소비의 만성적인 수급 불균형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어떤 방법으로 총수요를 진작시킬 것이냐가 관건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오바마 정부와 일본 아베 정부가 양적 완화 정책 등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학계나 정가에서 좀더 급진적으로 기본소득 보장 등 소득 중심 성장전략을 제안하고 있지만, 국가가 재정을 동원해 직접적으로 소득을 지원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가능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국민 스스로 일해서 소득을 창출하고, 그 소득이 소비를 통해서 생산을 창출하는 선순환 균형경제로의 이행을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소득 이전보다는 일자리가 충분히 창출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즉, 소득 중심이 아닌 고용 중심의 성장전략이 만들어져야 한다. 고용이 원활하게 창출되려면 경제 사회적으로 꽉 막힌 순환구조부터 회복해야 하는데 그 핵심은 기업이 국내에서 기술 혁신과 고용 창출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혁파하고 각종의 불공정한 경제적 렌트 추구 행위를 단절하는 데 있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 철폐를 외쳤지만 큰 효과가 없었던 것은 수도권 규제, 토지 규제, 금융 규제 등 풀기 어려운 규제는 돌아서 갔기 때문이다. 성장 과정에서 누적되어 온 각종 기득권을 성공적으로 해체하려면 정부와 국민 각자가 고통을 감수할 준비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노동시장을 유연하고 안정적인 구조로 개편해 나가야 한다. 평생직장 시대는 끝나가고 있지만 직장과 직업이 바뀌더라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일자리 나누기와 공유의 방안을 합의해 나가고, 적정 수준의 최저임금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점차 관철되어야 한다.

 정부도 더 강하고 선도적이 돼야 한다. 손쉬운 현금 지원 형태가 아닌 안정적 일자리를 만드는 데 예산을 집약적으로 투자하고, 촘촘하고 따뜻한 사회안전망 강화와 함께 비용효율적인 복지전달 체계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효율적이고 적정한 조세부담 체계를 만들고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기능을 재조정하면서, 저출산 고령화뿐만 아니라 식량 에너지 기후변화 등 각종의 중장기 리스크에 대한 장기적 대응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로서의 위상도 강화해야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한국경제#실업자#가계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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