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진현]2017년, 역사의 반복이냐 창조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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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과 해양세력 틈새에서 숙명처럼 반복된 반도의 분열
광복 이후 ‘해양화 혁명’으로 대한민국, 정통성 확보했다
다시 우리 앞에 닥친 갈림길
적전분열의 역사 반복할 건가 희생 각오하고 개벽할 것인가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대한민국의 2017년은 역사의 반복이냐, 숙명론을 거부하고 새 역사 창조의 길을 열 것이냐의 결정적 갈림길이다. 이 땅에서 숙명처럼 반복된 반도의 충돌, 대결, 분단성을 넘지 못하고 또다시 압도적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 간의 충돌에서 방황하다 승자에 복속, 조공, 식민, 사대의 타율지배로 전락할 것인가. 이런 반도성의 역사적 충돌기마다 거의 예외 없이 반복되어왔던 내부의 적전(敵前)분열을 재연할 것인가. 아니면 반도성의 또 다른 측면이나 한민족이 발휘해보지 못했던 반도의 가교, 조정, 균형, 중심성을 창조해 대한민국이 대륙과 해양 세력 간의 중화, 융화의 새 역할을 담당할 것인가. 또한 광장의 촛불이 상징하는 평화 질서 다원 자발성이 승화하여 대륙과 해양 세력 간 충돌 앞에 적전분열했던 숙명을 벗는 체질의 탈각을 해낼 것인가.

 2016년부터 전개가 본격화되고 있는 주변국, 특히 대륙 해양 4강의 움직임은 임진왜란, 정유재란, 병자호란, 청일전쟁, 러일전쟁, 1945∼50년의 비극을 떠올리게 한다. 시진핑, 아베 신조, 도널드 트럼프와 그 하수인들의 언행은 구한말 한성(漢城)에서 행패를 부렸던 위안스카이와 이토 히로부미, 그리고 시어도어 루스벨트를 연상케 한다. 소름이 끼치고 공포감마저 든다. 또한 국내에서 전개됐던 개화파와 척화파, 대원군과 명성황후의 궁중 대결, 외세를 불러온 동학운동과 아관파천의 치욕, 해방 전후 좌우 투쟁도….

 한반도에서 한민족의 삶은 지구상 많은 반도 국가 중에서도 매우 독특한 특징을 갖는다. 첫째는 대륙과 해양 세력이 반도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우리는 남을 침략하지 않은 평화 국가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실은 국력 차이가 결정적이어서 침략만 당하고 보복 반격을 한 경험이 별로 없다. 둘째, 터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대부분의 반도 국가는 한국처럼 대륙의 중국, 해양의 일본만 있는 단극이 아니다. 대륙 해양 세력이 각각 복수로 있어 합종연횡 다원외교가 가능했고 반도의 중심성을 발휘해 지역 맹주 역할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항 개화 근대화 이후 미국 러시아 및 유럽 세력의 등장은 대륙과 해양에서 복수 세력의 등장을 의미하지만 결정적 한 가지 요인의 부족은 합종연횡의 다원외교를 불가능하게 했다. 바로 국력의 부족이다. 대한제국, 그리고 1970년대 이전 대한민국의 국력은 우리가 4강의 어느 한 곳과 연합할 경우 남은 3강의 균형이 깨지는 결정적 힘이 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1945년의 강제된 분단과 대륙과의 단절, 강제된 해양화는 세계적 자유질서의 순풍을 타고 정치 민주화, 시민 자유, 근대 경제 성장, 사회 다원화, 교육과학기술 선진화라는 제3세계 유일한 ‘대한민국 근대화 혁명’을 성취했다. 그리하여 1990년대 초에는 단군 이래 처음으로 4500만 명 대한민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2억 인구 중국과 같은 수준에 이르는 기록도 세웠다.

 이제 대한민국은 근대화 해양화 혁명을 통하여 한민족사의 정통성, 정체성의 중심이며 세계 8000만 한인의 구심점이 되었다. 단순히 인구의 많음과 서울의 수도로서의 정체성을 넘어 과거 현재 미래 가치의 정통성에서도 그러하다. 그 성취를 기반으로 이제 한반도의 중심성을 창조하는 새로운 대한민국 재창조, 부활, 개벽의 길을 열어야 한다.

 첫째, 자발 주체 자립의 의식과 행동 혁명이 필요하다. 둘째, 주변 4강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조금 알아서 안 되고 완전히 흡수해야 한다. 셋째, 대한민국 시민 하나하나의 능력이 4강 중 최강보다 더 우수해야 한다. 스위스 이스라엘에서 비대칭적 국력 배양을 배워야 한다. 넷째, 4강에 모두 친구를 두어야 하고 능력 있는 친미 친중 친일 친러파를 견고하게 키워야 한다.

 적전분열의 역사 반복에서 탈출해 국내 통합과 유연하고 통일된 대외 대응의 새 틀을 창조할 가능성의 희망은 있다. 2016년의 촛불이 그 지긋지긋한 적전분열로 전락하지 말고 적전화합, 단결의 동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감격과 환희의 촛불현상 찬양을 넘어 촛불의 체화(體化), 내재화로 성숙 승화시키는 노력이 절실하다. 통일을 위해서 분단만큼의 고생을 각오하고, 자발 자주 자립의 국가를 창조하기 위해서 경제적 개인적 희생을 각오하고, 정의의 공화국이 되기 위해서 스스로 도덕적 영성적 맑음에 부끄러움 없어야 한다.

 대한민국 근대화 혁명이 성공했듯이 2016년의 죽음에서 2017년의 자발 자주 자립으로의 부활, 반도의 중심성 개벽을 다짐하자. 역사의 반복, 지정학의 운명을 거부하자.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반도국가#대한민국 근대화 혁명#역사의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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