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최강]미-중-러의 새판 짜기와 한국의 선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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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개선에 들어간 미-러, 미국은 중국 자극하며 갈등… 4대국 새판 짜기 들어서
선택 강요에 놓인 한국, 굳건한 한미 동맹 위에 중국 협조 이끌어야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2017년을 맞이하면서 우리 주변 정세를 살펴보면 희망과 기대보다는 걱정과 불안이 앞선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우리 주변국들의 관계가 새로운 판 짜기에 들어가면서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우리의 입지는 축소되고 강대국 관계의 하부구조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예의 주시할 변화는 미국 중국 러시아 3자 관계다. 중국과 러시아는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패권을 견제하는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아태 지역에서는 남중국해 문제, 유럽에서는 크림 반도 및 우크라이나 사태로 이런 대결 구도는 더욱 고착화되어 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내외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 러시아에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고, 초대 국무장관에 사업상 러시아와 많은 교류를 해 온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를 내정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對)러시아 정책에서 대립과 갈등보다는 대화와 협력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나아가 미국 대 중국-러시아 대결 구도를 흔들어 중국의 도전을 차단, 견제하고자 하는 새로운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국내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대외 환경이 필요한데, 가장 시급한 것이 유럽과 중동 지역의 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거두는 신의 한 수로 보인다.

 러시아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필요로 한다. 유럽과 미국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다면,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東進)을 막고 옛 동유럽권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또한 중동 문제에 관한 지분과 영향을 인정받고 진출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의 과도한 부상과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견제함과 동시에 동아시아 지역으로의 진출도 모색하여 러시아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대결에서 협력의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과는 달리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미국과 중국 관계는 협력과 경쟁에서 갈등과 마찰로 전환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과의 통상 문제에 매우 비판적이고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 관계는 통상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고, 마찰 빈도는 증가하나 강도는 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통상 문제를 넘어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고 절대 양보 불가라고 여기는 ‘하나의 중국 원칙(One China Policy)’을 서슴없이 건드리며 중국을 자극했다. 350척의 전함(잠수함 포함)을 가진 ‘위대한 미국 해군’을 건설하겠다는 것도 중국의 대양 진출을 막고 미국 우의의 해양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신형대국 관계를 추구하는 중국은 트럼프라는 예상치 못한, 강력한 견제와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집권 2기를 맞이하여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이러한 도전에 순응할 수 없다. 중국도 나름대로의 판 짜기에 나설 것이다. 강한 상대보다는 약한 상대를 찾아 공략할 것이고, 그 1차적 대상은 한국을 비롯해 태국 필리핀 같은 일부 동남아 국가일 것이다. 우리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우리는 미중 대결 구도 속에서 러브콜이 아닌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트럼프 당선으로부터 시작된 강대국들의 새판 짜기 게임에서 우리의 안전과 평화를 보장하고 번영을 제공하는 것은 한미 동맹이다. 또한 한미 동맹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의 전략적 지렛대이고 중국의 협조와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자산이다. 따라서 지금은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변환기에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기 위해서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지역 안보 구도에 대한 한미 간 공통의 인식과 이를 만들기 위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북핵 문제라든지, 통상 문제와 같은 현안에 관한 협의와 협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강대국들의 새판 짜기 게임에서 우리의 국익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미 관계의 지향점을 설정하고 한미 동맹의 부가가치를 증가시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트럼프#미국 러시아 관계#중국#한미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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