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광형]거제도를 창조경제타운으로 만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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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노키아를 창업센터로”
핀란드 정부-기업 적극 지원에, 실직자들 1000여 개 벤처 세웠다
구조조정 앞둔 국내 조선 3사… 실직 앞둔 최고의 기술인력에
요리 가르쳐 희망 있겠나… 최고의 창업교육 거제서 해보자
핀란드도 하는데 못할 게 뭔가

이광형 객원논설위원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이광형 객원논설위원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거제도의 다섯 살짜리 신생 기업 거제텍이 1000억 원에 외국 기업으로 팔렸다. 2016년 한국 조선업이 고통받을 때 실직 엔지니어들이 세운 회사다. 바닷물에서도 잘 견디는 소재를 바탕으로 해양 소재 제품을 생산해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그 당시 출범한 1000여 개 회사 중 100여 개가 잘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2021년에 나올 가상의 신문 기사다. 거제도가 창조경제의 메카로 성장하였으며 그 결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희망의 기사다.

핀란드는 인구 540만 명 정도의 북유럽 작은 나라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로 우리보다 두 배나 높은 전형적인 강소국가다. 한때 핀란드의 대표 기업 노키아는 1999년부터 2010년까지 10여 년간 부동의 휴대전화 판매 세계 1위 기업이었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40%를 장악하던 노키아는 핀란드 수출의 20%를 담당하고 국내총생산(GDP)의 24%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기업이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애플의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노키아는 2006년부터 매출이 급감했다. 결국 노키아는 2011년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에 팔아넘겼다. 한때 13만 명이 일하던 회사가 무너진 것이다.

핀란드 정부와 노키아는 발상의 전환을 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로 했다. 노키아는 2011년부터 ‘브리지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의 창업을 지원했다. 심사를 거쳐 1인당 2만5000유로의 자금을 지원했고 노키아의 특허를 무상으로 사용하게 해주었다. 노키아는 대규모 창업보육센터로 변했다. 2만여 명의 노키아 실직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1000여 개의 회사를 세웠다.

노키아가 몰락하고 5년이 지났다. 21일 핀란드의 ‘슈퍼셀’이 86억 달러에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에 팔렸다는 기사가 나왔다. 2010년 노키아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슈퍼셀은 세계 모바일 게임 1위 업체다. 모바일 게임의 또 다른 강자인 ‘로비오’도 노키아 출신 회사다. 노키아 출신 유망 벤처기업들은 핀란드에 새로운 희망이다. 무너진 노키아가 뿌린 창업 씨앗이 핀란드 경제를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핀란드에서는 노키아의 빈자리를 이 벤처기업들이 대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업 불황으로 세계 1, 2, 3위를 차지했던 우리나라 조선소들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현대 삼성 대우의 조선 3사는 최근 확정된 자구계획 안에서 앞으로 2년 반 동안 인력을 30% 이상 줄이겠다고 밝혔다. 몇 년에 걸쳐서 수만 명의 실직자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뚜렷한 대책이 없이 관련된 분야에 신속히 재취업하도록 지원할 것이라는 원론만 말한다. 이번에 실직하게 되는 이들은 세계 조선업을 주름잡던 최고 수준의 기술 인력이다. 그런데 실직 대상자 재교육을 위하여 희망 분야를 조사했더니, 70%가 요리 기술을 배우겠다고 했다 한다. 이것은 말이 안 된다. 비전이 없다. 국가는 이런 보배 같은 고급 인력이 다시 국가 산업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야 한다.

나는 거제도에 대규모 ‘창조경제타운’을 건설할 것을 제안한다. 위치는 삼성과 대우조선 부지 내로 한다. 조선소 인력에게 그들이 얼마나 귀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일깨워주고 창업에 대한 비전을 심어준다. 그리고 창업교육을 실시한다. 창업 아이템 구상과 기획, 창업 팀의 구성과 창업 계획서 작성을 도와준다. 조선소의 모든 시설과 특허를 무상으로 이용하게 한다. 우수 팀에는 재정 지원을 시작한다. 비전을 심어주고 창업 교육을 하기 위해 벤처기업협회와 벤처리더스클럽 등의 벤처 스타들이 강사진으로 나선다. 가슴에 희망을 품으면 절반은 성공이다. 기술은 이미 그들 손에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은 바다 위에 집을 짓는 복합 건설업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기술 분야가 포함돼 있다. 기계 전자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분야도 당연히 들어간다. 최고 수준의 고급 인력이 뭉치면 못 할 일이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고통은 5년 전 핀란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거제도에 1000개의 벤처기업을 싹틔우자. 물심양면으로 지원하자.

패러다임을 바꾸면 위기가 기회로 바뀐다. 실업 대책으로만 보면 암울하지만 창업 정책으로 바꾸면 일자리가 생기고 창조경제가 보인다. 2021년 거제텍이 1000억 원에 팔렸다는 상상 속 기사는 현실이 될 것이다.

 
이광형 객원논설위원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거제텍#거제도#창조경제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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