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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배상훈]대입제도 공론화가 성공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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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배상훈]대입제도 공론화가 성공하는 길

배상훈 성균관대 대학혁신과공유센터장·교육학과 교수입력 2018-05-25 03:00수정 2018-05-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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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바뀌어 온 대입제도에 국민은 피로하고 사교육만 활활
공론화위가 백년대계 마련하려면
대중성에 기댄 짜깁기 결론 아닌 大入 역사 읽어낸 장기적 대안을
배상훈 성균관대 대학혁신과공유센터장·교육학과 교수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교육회의에 대입제도개편 특별위원회와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다. 5월까지 논의할 쟁점을 결정하고, 두 달간 의견 수렴을 한 뒤 8월에 확정한다고 한다. 학생부종합전형과 정시의 비율,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 전환, 수시와 정시의 통합 실시 방안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해관계가 첨예해서 이번 공론화 프로세스가 제대로 진행될지 우려가 크다. 교육 문제에 대한 최초의 공론화 프로젝트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대입제도 개편을 통해 추구하려는 교육적 가치와 기본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 대입제도를 개편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제시하는 것이 공론화의 출발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입제도는 수능과 내신, 절대평가 도입과 변별력 유지, 공교육 정상화와 대학의 선발권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다. 큰 틀의 개혁 청사진과 로드맵에 대한 합의 없이 어느 하나만 건드려서는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대입 전형에서 조합 가능한 ‘경우의 수’를 보여주고 하나를 골라 달라는 식의 공론화는 곤란하다는 말이다. 국가의 교육 비전과 방향에 대한 합의보다는 사회 계층 간 대결로 변질될 수도 있다.

위원회는 신속하고 투명하게 그리고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처리한다는 절차적 원칙을 제시했다. 하지만 내용적으로 어떠한 원칙을 가지고 이 작업에 임하는지 알 수 없다. 사회적 합의라는 것은 큰 틀부터 시작해서 디테일로 내려가는 것이 상식이다. 미세한 조정에만 치중한다면, 금방 다시 바뀌는 것이 입시제도의 역사적 교훈이다.

국민을 설득하고 역사 앞에 책임지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참 무서운 말이다. 절차적으로 하자 없는 결과를 납품하고, 최종 책임은 교육부가 진다는 생각을 가졌다면 공론화는 쇼에 불과할 것이다. 국민의 마음부터 읽기 바란다. 대입 문제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몇 년 사이에 교육과정과 대입제도가 거의 매년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사교육만 신났다. 국민 대다수는 이제 그만 좀 바꾸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이 기꺼이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게 하려면, 강력한 교육적 명분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

뒤탈을 걱정해서 기술적 공정성과 중립성에만 초점을 둔다면, 공론화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사실 대입제도는 대학 서열화, 승자독식 사회 등 여러 문제와 구조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오랫동안 수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그 역사성과 맥락성을 외면한 채 지금의 현상만 보고 대증적인 처방을 한다면, 개편안의 수명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창의적 역발상도 필요하다. 대선 공약이고 장관 지시니까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관료주의적 생각에서 벗어나자. 참신한 발상으로 국민에게 솔직히 다가설 수 있는 것은 국가교육회의가 가진 권능이다. 우선 수능 과목 확정같이 필수적인 사항만 바꾸고,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는 대입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들춰내는 데 전력을 다하는 것도 방법이다. 문제를 인지하고 공감하는 것은 향후 지속 가능한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공론화 방식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론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현행 제도의 역사적 맥락과 개선 방안의 교육적 가치를 깊이 고려하기보다 당장의 유불리함을 따져서 대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 지금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처방을 선호할 수도 있다. 대중적 지지가 높은 방안이 반드시 최선인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교육 문제만큼은 절차적 공정성 못지않게 내용적 타당성이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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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문제로 국민적 공론화의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수록, 지금의 몇 가지 기술적 조정만으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을 가능성이 크다. 차제에 모든 문제를 꺼내 놓고, 앞으로 2, 3년 동안 긴 안목으로 차분히 개혁안을 만들겠다고 선언한다면, 국민은 환호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교육 문제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공약했을 때 기대감이 컸다. 이번 공론화 활동은 새 제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대학혁신과공유센터장·교육학과 교수
#대입제도 개편#국가교육회의#공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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