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류영수]가축방역조직과 백신 개선 시급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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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수 건국대 수의대 교수
류영수 건국대 수의대 교수
동물의 전염병 중 몇몇 질병은 워낙 병원성이 강해 발생 시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고 방제도 어렵다. 이를 악성 전염병이라 부른다. 악성 전염병 가운데 치료제가 없고 예방약도 없거나 효과가 떨어지는 대표적인 질병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이 재발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우선, 이 질병들의 유입 경로에 대해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발생국으로부터 예기치 않은 경로로 들어온다. 국가 간 여행이 많아지며 인적 교류가 활발하고 국제교역량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의 거의 모든 국가는 구제역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상재국(常災國)이다. 이런 까닭에 한국에서 구제역이 발생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특히 북한은 우리와 가장 인접해 있으면서 각종 질병 발생 정보를 알기 어려운 나라다. 2000년대 들어 북한에서 고병원성 AI 백신을 200만 개 이상 접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가금류에 AI가 엄청나게 발생했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의 자료를 보면 2011∼2014년 북한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에서 국내 축산업을 초토화할 수 있는 엄청난 전염병이 돌았지만 한국은 이에 대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동물의 악성 전염병 피해를 막기 위해선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역기본지침서와 이를 실행할 조직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발생한 여러 전염병 사례를 보면 방역을 수행하고 모든 것을 책임지는 주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축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엄청나다. 30년 전과 비교해 양계는 4배, 양돈은 5배에 이르는 양적 성장을 이뤘다. 질병이 발생하면 그만큼 피해도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국제기구와 국내 전문가들이 악성 질병을 관리하는 정부의 가축방역 조직을 재정비할 것을 요구해 왔다. 중앙 및 지방 조직 간 유기적인 운영 체계를 만들고 인력 확충, 전문인력의 안정적 운용 등을 권고했다. 하지만 질병 발생이 끝나면 어김없이 공염불로 돌아갔다.

동물성 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해 사육되고 있는 가축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재산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개인 자산은 스스로 지켜내야 한다. 악성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은 여느 보험과 다를 바 없다. 돌발적인 사고에 대비하려면 경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듯 질병에 대비한 예방접종도 돈, 노동력 및 접종 후의 소소한 부작용 등 감수해야 할 부분이 많다.

최근 혈청검사 결과를 보면 이런 부담 때문인지 일부 농가에서 예방접종을 성실히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전염병이 없겠지’ 하며 요행을 바랄 것이 아니라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넌다는 생각으로 반드시 정부와 전문가의 권고에 따라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구제역이란 질병은 잘 알려진 대로 예방이 아주 어렵다. 바이러스 간 교차 방어가 불가능한 혈청형이 7종이나 되고 같은 혈청형 내에서도 유전자 구조가 달라져 완벽한 백신을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현재 통용되는 백신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하지만 백신은 10년 전이나 다름없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결과는 보는 바와 같다. 질병이 다시 발생할 걸 예상하면서도 얼마나 준비가 부실했는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따뜻한 봄이 오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기대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좀 더 적극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구제역을 예방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류영수 건국대 수의대 교수
#가축방역조직#동물의 전염병#구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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