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준영]불법조업 근절, 우리정부 의지에 달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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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서해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이 우리 해경 고속단정을 두 차례에 걸쳐 들이받아 침몰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는 명백한 살인미수 행위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중국 어선의 서해 불법 조업 문제는 이미 올 6월 한강 하구까지 진출해 불법 조업을 하다가 추적당하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측으로 도피하는 등 교묘하게 남북한 긴장 상태를 이용하는 안보 문제로까지 파급됐다. 여기에 한국의 공권력이 공격을 당하자 우리 정부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함포 사격 등 공용화기 사용을 발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도 중국은 적반하장이다. 가해 선박 색출에도 협조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중국 외교부는 이전처럼 한국 측의 ‘냉정’과 ‘이성’을 강조하더니, 이 사건은 한국 해경의 과도한 ‘집행권 남용’ 때문에 발생했고 어업협정이 완결되지 않아 생긴 문제라며 사건의 본질을 수역 획정 문제로 돌리는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화기 사용 발표에도 불구하고 중국 어선의 배짱 조업이 계속되는 등 근본적으로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중국 측은 3000만 명이 넘는 어민들의 생계와 황폐한 연안 어업에 따른 어선 200만 척의 일탈을 일일이 통제하기 어렵다는 어려움을 피력한다. 그렇다고 자신들의 어려움을 다른 나라 어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미 정상적인 어선의 형태를 넘어선 중무장 어선들은 출항부터 한국 해경과 일전을 불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에 조직적 저항은 물론이고 2, 3개월간 장기 조업을 통해 저인망 쌍끌이 방식의 남획으로 한국 어장도 황폐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해경은 불법 조업 저지 과정에서 2명이 목숨을 잃었고, 무려 70여 명이 부상당했다. 최소한의 장비로 최대한 방어적인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이미 1조3000억 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한국 해경의 안타까운 희생과 어민들의 손실은 아무 상관없다는 뜻인지 묻고 싶다.

 한국이 민간 어선에 대한 공용화기 사용의 부담을 갖고 함포 사격 대응을 발표한 것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선 명령, 승선, 나포 시 실탄 사격이 가능한 유엔해양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좀 더 진지한 자세로 이 문제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양국은 2001년 6월 어업협정을 체결했고 매년 어업공동위원회도 열고 있다. 2013년에는 불법 어업 방지 대책 등을 통해 벌칙 강화, 공동 순시에도 합의했다. 2015년에는 한중 어업공동위원회에서 불법 어업 방지를 위한 공동 합의문도 채택했다. 대책 규정이 없는 게 아니다. 서해 불법 조업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적당히 넘어가려는 중국과 외교적 마찰을 두려워해 매번 미지근한 대응을 해온 우리 정부의 합작품이다. 

 이제는 분명한 집행이 관건이다. 정확한 매뉴얼을 정해 상대방에 통지하고 적확하게 사용한다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고 외교적 마찰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우리의 의지를 중국 정부와 어선들에 분명히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월권을 문제 삼을 수 없도록 기동전단을 갖춰 반드시 추적 나포해 불법 조업의 결과를 정확히 보여 줘야 한다. 해경의 지위 격하에 따른 문제보다는 기존의 제도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불법 조업 같은 양자 문제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 한중 관계는 암담해질 수밖에 없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민간 어선#한국 해경#불법 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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