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성한]국정감사, 정쟁 말고 대안을 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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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한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조성한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1987년 직선제 개헌과 더불어 국정감사가 부활되었을 때만 해도 국민들은 민주주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 후 30년 가까이 국회의원들의 경험과 전문성 부족, 정책에 대한 무지 등으로 정쟁이나 일삼는 ‘정치’ 감사에 그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국정감사 폐지론까지 나오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제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문을 열었다. 이번 국정감사는 16년 만에 찾아온 여소야대라는 상황과 우리 사회의 전반에 걸쳐 축적된 대형 사건들과 악화된 경제, 점점 심각해지는 안보 문제들로 인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이후 국정감사를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하고 야당이 단독으로 일정을 소화하겠다고 나서 파행이 우려된다. 특히 여야 대치 상황이 전개되면서 국정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번 국감에 앞서 “박근혜 정부의 무능, 독선을 파헤친다”는 야당들의 선언은 정책 대안에 대한 기대보다는 실망감을 안겨준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 감사를 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국가 경제를 어렵게 하고 국민들의 삶을 힘들고 불안하게 하는 각종 정책적 문제보다는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미르재단, 세월호 등과 같이 정쟁으로 치닫기 쉬운 대상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이번 국감에 기관 증인만 3000명이 넘게 채택되었다는 것 역시 정쟁과 ‘갑질’ 감사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주말과 휴식을 제외한 실제 감사 기간이 11일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깊이 있는 조사가 이루어질 가능성보다는 보여주기 위한 질문이나 갑질 호통이 난무하던 전례가 답습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근 몇몇 정부 기관에서 ‘입법부 관계 개선 문건’이 작성되고 회람되었다고 한다. 과도한 양의 자료 요구, 고위 관료 국회 출석으로 인한 업무 차질, 비밀자료 무단 공개 등 국정감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내부 문건이다. 그동안 국감에서 지적된 정책 문제들의 개선에는 소극적이었던 정부 기관들이 이런 문건이나 만들고 회람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비웃음을 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국회가 피감기관으로부터 이런 비판을 받는 것 역시 스스로가 초래한 결과다. 평소에 늘 꼼꼼히 정책 문제를 살펴서 필요한 자료들만 정확히 요구해 왔다면, 그리고 국회 내 자료 요구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서 중복되는 자료 요구가 빈번하지 않았다면, 꼭 필요한 사람만 불러서 조사를 해왔다면 이런 비판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열심히 자료를 준비해서 실질적인 정책 개선을 위해 국정감사에 성실히 임하는 국회의원도 없지는 않았다. 이런 국회의원들에 의해 국민을 힘들게 하는 정책의 문제가 정확히 밝혀지고 개선이 요구되더라도 유효한 사후 검증체계도 부재하고, 국회의 사후 검증에 대한 강한 의지도 부족했던 탓에 정부 기관들의 사후 조치는 상당히 형식적이었다. 정부 기관들은 손쉽게 개선될 몇 가지 지적 사항만 개선한 뒤 정말 중요한 지적 사항들에 대해서는 사후 조치를 하겠다는 형식적 보고서만 제출하면 되던 것이 오랜 관행이었다.

 이렇듯 국정감사가 피감기관에는 귀찮은 정도의 일, 출석하는 증인들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정도의 일, 국민들에게는 정쟁이나 지켜보는 짜증나는 일로만 계속 머물게 된다면 폐지론은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실효성 있는 국정감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와 연계된 입법 기능도 점차 마비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국회는 국민들로부터 가장 불신 받는 기관으로 전락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조성한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국정감사#여소야대#김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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