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강]연쇄정상회담서 드러난 외교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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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중국, 일본과 양자 혹은 3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3시간여 만에 연쇄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고 정부는 자평한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 볼 때 기존의 입장을 정상 수준에서 다시 확인하는 것 이상의 새로운 것을 찾아 볼 수 없는 정상회담이었다.

만일 한미중일 4개국 정상회담이 이루어졌더라면 의미 있는 큰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제안했던 5자회담에 거부감을 표했던 중국이 입장을 바꾸어 한미일과 같이 보조를 맞추어가는 모습(optics)을 북한에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4자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을 처음부터 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했는데도 중국이 거부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4자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연쇄 정상회담은 우리에게 향후 북핵 해법, 나아가 지역 안보에 관한 중국의 이해와 협조 확보라는 문제와 한미일 3국 안보협력 추진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북핵 문제 해법에서 중국은 분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의 내용이 이를 뒷받침한다. 대북 제재와 관련하여 민간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중국의 주장은 제재 범위, 수위와 관련해 미국을 비롯한 여타 국가들과 이견이 있을 것임을 예고한다. 중국은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동시 추진을 주장하고, 반대로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은 비핵화의 의지와 행동이 있을 때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한국과 중국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에 대해 더욱 심각하고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문제에서 중국은 우리와는 다른 입장이라는 점이 다시 확인되었다. 어느 순간 중국은 북핵 문제의 본질을 평화의 문제로 전환시키고, 북한 문제를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에서 해석하고 접근할 것이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을 더욱 압박할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입장으로 대처해 중국을 움직이고 협력을 확보할 것인지가 한국 북핵 외교에서의 최대 과제가 되었다. 우리 혼자만의 힘으로 중국의 입장을 변화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당사국 차원의 협력을 넘어 북핵 외교의 외연을 확장하고 다층적 다원적 국제 협력망을 구축하여 중국의 바른 선택을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또 다른 고민거리는 한미일 3국 안보협력 문제이다. 이번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 북한 문제에 관한 3국 협력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미일 3국 정상들은 한반도를 넘어 기후변화, 테러 같은 문제에 대한 지구적 차원의 3국 안보협력을 확대하는 것에 합의했다. 현재로는 동북아나 동아시아 지역 차원의 3국 안보협력이 논의되지 않았으나,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3국 안보협력은 탄력을 받게 되고 어느 순간 미국과 일본은 지역 차원의 안보 문제도 협력의 대상에 포함할 것을 희망하고 요구할 것이다. 중국의 반발과 보복을 우려하여 미국과 일본의 희망과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한국의 중국 경사론’이 다시 제기되고 우리의 외교적 입지는 축소될 것이다.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이 추진되면 한중관계에서 파장이 있을 것이나 파국으로 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는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추진하기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없이 좋은 상황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특정 국가의 눈치를 보며 주저하기보다는 당당히 접근하여 기정사실화하여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나르시시즘을 경계하며 당면 현안과 더불어 미래를 대비하는 외교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연쇄정상회담#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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